삼성전자가 올 상반기(1∼6월)에만 연구개발(R&D)에 10조원 넘게 투자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직원 수 역시 총 10만5044명으로 상반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치다. 글로벌 경기 악화 및 대내외 악재로 인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행보가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올해 반기 보고서에서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으로 10조1267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상반기 8조7844억원으로 처음 8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9.3%로, 지난해 7.4% 대비 2%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4월 이재용 부회장이 ‘2023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선언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연구개발과 5G 분야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세계 최초 10나노급 3세대 D램 개발, 2G~5G를 동시에 지원하는 멀티모드 모뎀 세계 최초 개발, 업계 최초 차세대 핵심 기술인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양산 제품 출하(4월) 등의 연구개발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투자비가 18조662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말에는 연간 투자비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직원 수도 창립 이래 신기록을 세웠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0만5044명으로, 직전 최대치였던 2011년 말 10만3052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09년 상반기 말(8만3558명)과 비교하면 무려 25%가량 늘어난 수치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가 분사하면서 삼성전자의 인력은 8만∼9만명 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 3월(10만1951명) 6년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 인력이 5만4051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또 정규직이 10만4460명으로 6개월 만에 2101명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은 652명에서 584명으로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뿐 아니라 경기 전반이 좋지 않지만 지난해 8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약속한 데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당분간 연구개발과 인력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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