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가 딸의 고교 시절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자녀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사과했다.
조 후보자는 이어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요일인 25일 오전 10시45분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먼저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며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고 고개부터 숙였다.
이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조 후보자가 ’송구하다’는 표현을 쓰며 명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는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 “아이의 아버지로서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여론이 날로 악화하자 지난 23일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투자한 사모펀드 10억5000만원 전액과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딸 문제에 대한 사과는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날 다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자녀 문제에 대해 사과한 뒤 인사청문회를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조 후보자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께서 가진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 국민의 대표 앞에서 성실하게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주시는 꾸지람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삶을 국민 눈높이와 함께 호흡하며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일정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오는 26일까지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27일 이른바 ‘국민청문회’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청문회는 조 후보자가 직접 국민 앞에서 의혹을 해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청문회가 법적인 근거가 없어 또 다른 ‘특권’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후보자는 “당과 정치권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조 후보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검찰에서 법과 원칙, 근거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조 후보자가 이날 발표한 입장문.
촛불명예혁명 이후 높은 도덕을 요구하고 공정을 실천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도래했습니다다. 성숙한 민주의식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젊은 시절부터 오래도록 꿈꿨지만 어쩌면 이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정의와 인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며 학문 및 사회활동을 펼쳐왔고, 민정수석으로서는 권력기관 개혁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반성하며 준엄하게 되돌아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저의 불찰로 지금 많은 국민들께 꾸지람을 듣고 있고, 제 인생 전반을 다시 돌아보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께서 법무부장관으로서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점 뼈아프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성찰하고 또 성찰하며 저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저 자신을 채찍질 하겠습니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개인 조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 많습니다. 그러나 심기일전하여 문재인 정부의 개혁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습니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이 가진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 국민의 대표 앞에서 성실하게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주시는 꾸지람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지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삶을 국민의 눈높이와 함께 호흡하며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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