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으로 촉발된 '8차 사건 진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모방 범죄로 결론나면서 당시 검거된 윤모씨가 20년 수감생활 뒤 출소한 상태인데, 이 사건 역시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한 이춘재 자백의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뉴스1은 전했다.
그렇다면 8차 사건이 모방 범죄로 결론 난 이유는 무엇일까.
화성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하승균 전 총경이 2003년 출간한 책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에는 모방 범죄로 판단된 이유가 언급돼 있다.
하 전 총경은 책에 "박양 사건의 경우 비록 화성에서 발생했지만, 수법이나 장소가 달라 연쇄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됐다"고 적었다.
이어 "피해자의 옷이나 소지품으로 손발을 묶지도 않았고, 속옷으로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며 "기존 사건의 경우에는 사체가 발견된 곳이 주로 논밭이었는데 반해 피해자의 방이라는 점도 특이한 사항이었다"고 부연했다.
사건 수법이 이전 사건들과 다른 점, 범행이 벌어진 방 안에서 발견된 음모가 범인(윤씨)의 음모와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윤씨의 범행, 즉 모방 범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30년 가까이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과거 범행을 자백하면서 8차 사건도 자신의 범죄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윤씨는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과 과거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진술의 신빙성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또 최근 윤씨를 만나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대상자(이춘재)가 저질렀다고 밝혔던 범죄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고, 또 아니라고 언급했던 범죄가 그의 소행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청주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씨는 억울함과 함께 재심 청구 의지를 내비쳤다.
윤씨는 "억울해도 내가 억울하고 재심도 내 문제"라면서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일 때문에 신경 쓰여 잠도 못잘 지경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명백한 증거 없이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9일 수원고등법원 A판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재심 청구 기한은 제한이 없다”면서 “하지만 (무죄를 입증할)유력한 증거가 발견될 때 재심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소송법 420조 5호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 됐을 때 재심개시 결정이 이뤄진다”며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이 우선적으로 윤씨의 재심청구를 한차례 검토한 다음 재심개시 결정 여부를 따진다”며 “하지만 재심이 가능하더라도 재판 과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씨에게는 검찰의 싸움도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A판사는 “윤씨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찾아야 재심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재심이 이뤄진다 해도 검찰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증거를 찾아 필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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