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1000만명 시대,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2014∼2019년 8월) 버려진 반려동물은 41만5500여 마리다. 해마다 8만3000여 마리, 하루 평균 220여 마리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유기동물 구조·보호를 위해 쓰인 예산은 연평균 100억원에 달한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유기견센터 봉사모임 ‘유댕댕’ 회원들이다. ‘댕댕’은 ‘멍멍’을 의미하는 인터넷 용어다. 이 봉사모임의 주축은 학생 창업팀 ‘파이리코(Pireco)’다. 반려동물 홍채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을 11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쌤프레반려동물협동조합의 유기견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쌤프레반려동물협동조합의 유기견센터는 조금 달랐다. 주택가에 위치한 센터는 애견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이곳에서 현재 보호 중인 35마리의 개는 철장이나 케이지에 갇혀 있지 않았다. 자유롭게 움직였고, 여느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애견용 침대와 집 등에서 쉬었다.
유댕댕은 이곳에서 유기견들이 사람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사람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시 누군가의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다수 유기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산책을 시켜주는 것도 이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유댕댕의 회장이자 파이리코 대표인 김태헌(26)씨는 “처음에는 사람을 피하고 두려워 떨기만 했던 유기견들이 지금은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 다시 사랑받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유댕댕은 페이스북을 통해 매주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금·토·일요일에 2시간씩 봉사활동을 한다. 정회원 2명을 포함해 하루 봉사자는 8명으로 제한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북적거리면 제대로 된 봉사가 되지 않아서다. 개를 길러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처음 30분은 봉사자와 유기견이 친해지는 시간이다. 이후 산책하러 나간다. 산책 후에는 털을 빗기는 등 스킨십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보낸다.
하유진(26·파이리코 이사)씨는 “유기견을 도우러 왔던 봉사자들이 오히려 힐링이 돼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봉사하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개도 서로 좋은 활동인 셈”이라며 웃었다.
유댕댕의 활동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박 회장이 파이리코를 준비하면서 개들의 홍채 샘플을 얻기 위해 센터를 찾으면서다. 반려동물등록제에서는 유기 방지, 개체 관리 목적으로 반려동물에 주사로 생체칩을 박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칩 이식에 대한 반감이 많은 편이다.
김 회장은 “홍채인식을 활용하면 동물에게 고통도 주지 않고 등록도 늘어나 유기동물을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라며 “직접 센터를 찾아보니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학생들을 상대로 봉사자 매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리코는 내년 1월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눈을 촬영하고, 정보를 입력해 등록·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앱은 반려동물 관련 결제 서비스도 갖추고 있다. 반려동물이 주로 어떤 사료와 간식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쌓아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김 회장은 “홍채인식이 동물 등록제 전체를 주도하는 표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동물보험 등으로 활용범위를 확장하면, 치료비 문제 등으로 동물이 버려지는 것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리코의 앱을 통해 유기견보호소를 후원할 수 있게 하는 등 유댕댕의 활동도 학교를 벗어나 전국 단위로 확장하려 한다”며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운영될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를 만드는 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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