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야 할 것입니다.”
5년 전인 2014년 11월20일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의 취임 일성이다. 총무처나 행정자치부 인사국, 중앙인사위원회, 행정안전부 인사실 등으로 공무원 인사와 윤리, 복무, 연금 등의 사무를 관장하던 인사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2014년 11월 출범했다.
총리 소속 독임제 기관으로서 지난 5년 간의 인사처 성적표는 어떨까. 인사처가 출범 5주년을 맞아 21일 낸 자료 제목은 ‘갈 길은 멀지만 혁신은 계속된다’이다. 인사처는 “출범 당시 공직윤리와 전문성·개방성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만큼 무엇보다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은 어느 정도 극복한 듯 보인다. 결국 도입 초반 공무원 출신 임용 비율이 높아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개방형 직위 민간임용률이 대표적이다. 개방형 직위 수는 2014년 430개에서 2018년 445개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민간임용률은 2014년 14.9%에서 2018년 43.4%로 3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공직자 전문성 재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안전과 과학기술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직위 수는 2014년 2605개에서 2018년 4439개로 1.8배 늘었다.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특정 직위 평균 재직기간은 같은 기간 1년 2개월에서 1년 6개월로 증가해 순환전보의 폐해를 어느 정도는 줄였다는 평가다.
재산과 재취업 심사 등 공직윤리를 위한 제도도 강화됐다. 공직자 재산심사 건수는 2014년 4만5076건에서 2018년 5만1215건으로 6100여건 늘었고, 민관 유착 근절을 위한 퇴직후 취업심사는 같은 기간 260건에서 1137건으로 4.4배 증가했다. 취업제한 기관 역시 올해 현재 1만7832곳으로 5년 전의 4.5배 수준이다.
성범죄나 음주운전, 금품수수 등 중대 비위에 대한 징계도 강화했다. 성희롱의 징계 수준을 성폭력 수준으로 상향하고, 음주운전은 소주 한 잔만 마셨어도 최소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도록 했다. 금품수수 공무원은 감독자, 주선자 등까지 엄중 문책하고 있다.
인사처 주도의 공직사회 혁신 움직임에 대해 국민과 공무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인사처가 국민·공무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의 60.4%, 공무원의 69.6%는 징계 강화나 취업제한 확대 등으로 과거에 비해 공직윤리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국민이 요구하는 공직자상으로는 국민의 46.3%, 공무원의 37.4%가 ‘청렴·투명한 공직자’를 꼽았다고 인사처는 전했다.
공무원이 호봉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우 받는 풍토도 일정 부분 마련했다. 성과연봉제 대상은 2017년부터 기존 국과장급에서 5급 사무관 이상으로 바뀌었고, 고위공무원단에 국한됐던 역량평가 대상은 2015년부터 과장급 이상으로 확대됐다.
반면 ‘복지부동’ 조직문화나 여성·장애인·지역인재 등 균형인사 부문은 상대적으로 개선이 더딘 편이다. 관련 법령이 없더라도 국민을 위해 적극행정을 한 점이 인정되면 승진 등에서 가산점을 주고 그 반대적인 개념의 소극행정은 징계한다는 내용의 ‘적극행정 운영규정’은 올 7월에서야 제정됐다. 또 2014년 4.5%였던 고위공무원단 여성비율은 지난 9월 현재 7.7%에 그친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의 획기적 성과에 대해 보상을 하고, 이런 것들이 쌓여 일상이 되면 공직문화가 바뀐다”고 말했다. 최근에서야 적극행정을 독려하기 위한 틀을 마련한 만큼 성과를 보려면 조금더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처장은 “적극행정으로 보상을 받는 사람, 인센티브 받는 사람이 3회 정도만 나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유리천장’도 마찬가지다. 황 처장은 “여성 고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부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인사처 출범 이후 공무원 인사 업무를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관점에서 추진하게 된 것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은 인사혁신의 기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공직윤리 확립과 적극행정의 체질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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