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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구하라 동영상을 왜 봤을까…법복을 벗어라”

입력 : 2019-11-29 14:53:22 수정 : 2019-11-29 1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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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법복을 벗어야 한다” 주장
지난 25일 가수 구하라씨의 일반인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여성단체들은 최근 사망한 고(故) 구하라의 전 연인 최모씨 재판을 진행한 오덕식 부장판사를 겨냥,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법복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과 녹색당 등 여성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부장판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윤 녹색당 정책국장은 “구씨 죽음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회의 책임이 있다. 사회적 책임 중 중요한 지점 하나는 사법부에 있다”며 “성범죄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듯한 태도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재판 진행과 가벼운 처벌이 피해자를 얼마나 낙담하게 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 정다연씨는 “오덕식은 법복을 벗고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도입하라”며 “사법부는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는 대신 관습적으로 여성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여성의 권리를 빼앗았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사법부의 수많은 오덕식들이 피해여성들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문란하고 비도덕적인 여성프레임을 씌웠다”며 “양심이 있다면 오 부장판사는 스스로 법복을 벗기 바란다. 성범죄 사건 판결문에 굳이 필요 없는 성관계 장소와 횟수를 기재한 오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의 재판관으로 살 자격이 없다”고 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 최유라씨도 오 부장판사를 향해 “당신의 판결에 부채감을 느끼고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라”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탄핵까지 불허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최종범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모 판사와 최씨에게 집행유예와 카메라 촬영에 무죄판결을 내린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죽음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라며, “특히 오 부장판사는 동영상 공개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무시하고 굳이 영상을 재판장 독단으로 확인했다. 그리고는 불법촬영이 무죄라고 결론내렸다”고 비판했다.

 

유 활동가는 “우리는 대한민국 현직 부장판사의 수준이 성적 촬영물이 찍힐 때 인지와 동의가 완전히 다른 의미라는 사실을 알려줘야한다는 사실에 분개한다”며 “오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덕식 판사는 책임지고 사직하라’,‘성범죄 봐주는 판사도 공범이다’ 등의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 오 부장판사의 법복을 벗기는 퍼포먼스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오 부장판사를 겨냥해 “그 동영상을 왜 봤을까. 얼마나 창피한지 결정하려고? 그러고 나면 원고인 구하라는 판사 얼굴을 어떻게 보나? 판사가 신인가?”라고 분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인 오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구씨와 다투면서 팔과 다리 등을 때리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동영상 협박과 관련해서는 무죄 판단을 했다. 구씨 측은 양형 부당으로 항소해 2심이 예정돼 있다.

 

한편 미 공영라디오가 최종범씨의 구씨 상대 협박 사건과 관련된 대중의 ‘관음증적 관심’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구씨의 사망을 다룬 기사에서 최씨의 구씨 상대 협박 사건을 거론하며 “세부 사항에 대한 관음증적인 대중의 관심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NPR은 특히 “협박 사건이 알려진 직후 '구하라 동영상'을 비롯한 유사한 검색어가 한국에서 검색 트렌드가 됐다”며 “온라인 댓글을 다는 이들은 악의적인 루머와 비난으로 구씨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아울러 한국에서의 불법촬영 문제를 지적하며 “사적인 상황 또는 신체 부위에 대한 비밀리의 동영상, 사진 촬영 및 온라인 유통은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범죄”라고 한국 내 불법촬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불법촬영 및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하지만, 구씨는 (특히) 그의 스타덤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를 감내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WP는 특히 지난달 세상을 등진 가수 출신 연기자 설리씨와 구씨 사망을 함께 다루며 한국의 대중문화를 “여성 가수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심지어 실제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되고, 대신 엄격한 규범에 맞춰야 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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