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식품업계의 핫이슈는 바로 감자였다. 그것도 상품성 작은 못난이 감자. 백종원씨가 방송을 통해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감자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알렸고, 그것을 이마트에서 사들였다. 그러자 30t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완판이 됐다.
그렇다면 감자는 언제 생겼고,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감자의 시작은 남미의 중앙 안데스 고원지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남미를 정복하면서 16세기쯤 유럽으로 유입이 된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지 않은 작물인 데다 싹이 나면 독성이 생겨 감자는 유럽인이 꺼렸던 작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감자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농산물이었다. 땅 밑에서 자라는 만큼 혹한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고, 무엇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밀·보리밭은 모두 불에 타버리지만 감자만큼은 땅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계기가 종교전쟁이었던 ‘30년전쟁’(1618∼1648)이다. 독일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 전쟁을 계기로 당시 감자재배가 늘어나게 된다. 또 유럽 각지에서 수많은 전쟁을 거듭할수록 감자의 재배면적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감자는 식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돼지사료로도 많이 사용됐다. 그래서 감자를 많이 키운 독일에서 햄과 소시지가 발달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진군에 의해 동유럽, 러시아까지 감자가 보급이 됐다. 이때 동유럽에서 시작한 술이 바로 감자로 만든 보드카다. 즉 감자는 전쟁으로 보급되고, 작물로 자리 잡고, 술로도 발전한 것이다.
한국에는 1824년 무렵 청나라 사람들이 산삼을 캐기 위해 숨어 들어와 감자를 몰래 식량으로 경작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1920년대 강원도 회양군에서는 독일인 매그린이 난곡이라는 감자 품종을 개발했고, 자기 땅을 잃어버린 화전민이 많이 모인 강원도는 감자재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본격적인 감자 주산지로 떠오르게 된다.
최근에는 이 강원도 감자를 활용해서 만드는 술이 청와대 선물로 선정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이 술의 이름은 ‘평창 감자술’. 이 술은 청주 정도의 알코올 함유량(13%)을 가진 발효주이다. 감자 술의 제조과정은 간단하다. 찐 감자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다음, 멥쌀을 넣어 보름을 숙성시키면 된다. 즉, 감자와 쌀이 함께 들어간 술이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맛은 감자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과 촉촉한 맛이 살아 있다는 평이다. 여기에 감자전과 같이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궁합이다.
최근에 강원도에서는 감자 이외에 다양한 술이 나오고 있다. 곤드레로 만든 ‘곤드레만드레 막걸리’, 메밀로 만든 ‘메밀소주’, 방풍을 넣은 ‘갯방풍 막걸리’, 단호박을 넣은 ‘만강에 비친 달’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소외됐던 우리 농산물이 더욱 많은 소비자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 우리 농산물로 빚는 좋은 술도 소개됐으면 좋겠다. 우리 농산물로 빚는 술은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좋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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