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사진)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공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진 전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화국의 의미’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공화국은 국정이 ‘공적 사안’으로 행해지는 나라라는 뜻”이라며 “지난 번(14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뜨악’해 했던 것은, 대통령의 발언이 이 공화국의 이념을 훼손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이라는 분이 과연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맡기에 과연 적합한 분이었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한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는 절대로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겼었다는 ‘고초’는 법을 어긴 자들에게 당연히 따르는 대가”라며 “법을 어긴 이가 대가를 치렀는데 국민들이 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져야 하나? 빚은 외려 그가 국민에게 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국의 대통령은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의 주어가 될 수 없다. 공화국의 통치는 ‘공적 사안’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사적으로 ‘빚을 졌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사인이 아니라 공인의 자격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는 검찰총장을 옹호하고 ‘마음에 빚을 졌다’는 얘기는 전직 장관에게 사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했어야 한다”며 “기자회견장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기 관리에 실패한 어느 위선자의 ‘친구’, 그 친구가 속한 계파(PK친문) 이익의 대변인으로 발언했다”고 비판했다.
또 진 전 교수는 “경고하는데 이건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정부도, 여당도, 지지자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제가 보기에 청와대의 운영은 이미 공적 업무에서 PK 친문의 이권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적 업무로 전락했다”고 꼬집으며 글을 마쳤다.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국 백서 단상’으로 시작하는 긴 글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조국 백서 후원금이 3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뒤 “방송인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영화 ‘더 플랜’ 제작 당시 20억원을 모았지만 이후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라는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했다.
그는 또 “출판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독자적인 구조로 시민들의 역할을 대행하게 됐다”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의 말을 전한 뒤,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빠’들이 개떼처럼 사줄 것이 뻔한데,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그 거대한 수익을 포기할 출판사는 내가 아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기획은 처음부터 권력 주변의 어용들, 어용질의 대가로 국회의원 했다가 이제는 끈 떨어진 정치인 등이 생계용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출판사를 못 구했다고? 전화만 달라. 내가 5분 안에 구해드린다”고 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백서 제작을 위해 2억원을 마련했는데 세부적인 용처는 계속 논의할 예정이지만, 수익이 생기면 책을 제작하거나 공익적 기부의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김민웅 교수의 발언도 소개했다.
그는 “세부적 용처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일단 2억부터 모았나? 돈 모으는 데도 용처가 필요없는데, 이미 돈이 모아졌는데 굳이 용처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어준의 예만 봐도, 공개 안 되거나 공개가 돼도 허술하게 될 거다. 바로 거기가 돈 빼먹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사이비 종교의 경우에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외려 사기를 친 교주를 옹호한다. 비슷한 현상이 꼼진리교, 문천지교에서도 일어난다. 사기 당한 사람들이 사기가 아니라는데 어떻게 처벌하나?”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여기서 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사기 당하지 않은 외부인들은 그것을 사기라 비난하는데 정작 사기를 당한 내부자들은 그것을 사기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러니 이들에게는 굳이 지출내역이나 수입내역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거다. 설사 공개할 경우에도 대충 해도 된다. 괜히 신도겠나? 믿으니까 신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기사, 꼼꼼하게 읽으라”고 조언한 뒤 “이 정권 출범하고 나서 악이 너무 평범해졌다. 개나 소나 유튜브 하둣이 개나 소나 사기를 친다”며 글을 마쳤다.
조국 백서추진위원회는 김민웅 교수, 방송인 김어준, 역사학자 전우용 등 친여 성향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지난 11일 “‘조국 백서’ 발간을 위한 모금에 9329명이 참여해 목표액인 3억원을 다 모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추진위는 당초 50일간 3억원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단 나흘 만인 11일에 마감된 것이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文 또 가짜뉴스와의 전쟁 강조’라는 기사를 링크한 뒤 “김어준의 ‘뉴스공장’, 한학수의 ‘피디수첩’, 유시민의 ‘알릴레오’, 그 밖에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고발뉴스 등 언론 잡사들… 너희들 이제 죽었다. 문통 각하께서 너희들과 ‘전쟁’하신단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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