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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왈츠'로 시작 홀스트 '행성'으로 끝나는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

입력 : 2020-01-22 03:05:00 수정 : 2020-01-21 17: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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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로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 음악회 막을 연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재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무도회 축전음악으로 이 곡을 작곡했다. 이후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가 요제프 1세를 예방하면서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곡으로 ‘황제 왈츠’라는 별칭이 붙었다. 조용한 행진곡 풍으로 시작해 점점 강해진 선율로 주요부가 연주되며 한껏 무도회장의 들뜬 분위기가 느껴지는 명곡이다.

 

올해 선보이는 첫 정기공연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두번째 곡으로 ‘2020 올해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한 플루티스트 한여진과 함께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한여진은 국내 교수진과 예술계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아 올해 신성(新星)으로 선정됐다. 건반이나 현악기가 아닌 목관 주자를 선정한 것은 젊은 관악주자에게 국내 클래식계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여러 부문에서 최초·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이미 거머쥔 한여진은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국내 관악주자에게서 보기 힘든 경력을 화려하게 쌓아가고 있다. 2013년 만 11세의 나이로 비와코 국제콩쿠르 일반부에서 한국인 최초, 최연소로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하였고 2014년 칼 닐센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로 본선에 진출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이외에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진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2017년에는 에마뉘엘 파위, 안드레아 리버크네히트 등 세계적인 플루티스트를 배출하며 플루트 스타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고베 국제 플루트 콩쿠르에 출전하여 3위 입상과 청중상을 수상하며 한국인 최초 순위 입상, 최연소 참자가 입상 기록을 세웠다.

 

코리안심포니 신년음악회 피날레는 홀스트의 ‘행성’이다. “‘우주(the cosmos)’의 관점에서 볼 때 한낱 작은 생명체일 뿐인 인간이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넓은 관점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을 느끼길 원한다”는 정치용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의 메시지가 담긴 프로그램이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는 점성술에 매료돼 이 곡을 만들었다. ‘관현악 모음곡’으로 알려진 이유는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그리는 악장 7개를 한데 모았기 때문이다. 각 악곡마다 붙은 부제와 단어가 분위기를 대변한다. 영상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도 ‘우주’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행성’의 음반 표지는 작곡가나 지휘자의 얼굴보다는 말 그대로 우주의 사진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1곡은 ‘화성, 전쟁의 전령’이다. 서곡 격의 1악장에, ‘전쟁’이라는 부제까지 갖췄으니 그 분위기가 자못 사납다. 중간부는 금관악기들이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친다. 이러한 격전과 난투의 테마를 지나면 강렬한 리듬이 연타하고 요란하게 끝을 마친다.

 

제2곡은 ‘금성, 평화의 전령’이다. 도입부는 1악장과 확연히 대비된다. 호른이 나지막하게 노래한다. 바이올린·오보에의 선율이 이 곡이 ‘평화’의 음악임을 대변한다.

 

제3곡은 ‘수성, 날개 단 전령’이다. ‘날개’를 단 전령이니 그는 자유롭다. 멀리 날 수 있다. 기발한 동기와 산뜻한 에피소드들의 흐름이 이러한 영상을 상상하게 한다. 하나의 분위기로 일관하는듯 하지만 실제 악보를 보면 각각 다른 Bb장조와 E장조가 공존하여 서로 대립하기도 한다.

 

제4곡은 ‘목성, 쾌락의 전령’이다. 7곡 중에 가장 큰 규모의 곡이다. 때에 따라 개수를 조절(6~9대)하여 사용하는 호른 사단은 압도적인 사운드로 ‘쾌락’의 묘미를 대변한다. 악보에는 알레그로, 안단테, 마에스토소, 렌토, 프레스토 등 다양한 템포들이 기재되어 있는 만큼 흐름 변화도 다채롭다. 제4곡의 느리게 흐르는 테마 부분으로 이 곡 ‘행성’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제5곡은 ‘토성, 노년의 전령’이다. 정적인데다가 안단테와 아다지오로 일관되는 분위기가 노년과 만년의 쇠약함을 묘사한다. 첼로·더블베이스의 낮은 소리가 무게추를 한없이 끌어내린다. 그러다가도 트롬본과 트럼펫이 밝은 희망을 주지만, 그들의 소리는 B단조를 품고 있어 다소 우울한 정서를 보여준다.

 

제6곡은 ‘천왕성, 마술사’이다. 뭔가 급한 분위기로 흐르는 제6곡에서는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의 마법사’에 흐르는 뒤카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급작스레 벌어진 사고에 당황한 마법사의 제자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제7곡은 ‘해왕성, 신비의 신’이다. 신비스러운 선율이 하프, 현, 첼레스타에 실려 그윽한 주제를 나타낸다. 멀리서 들려오는 가사 없는 여성합창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사라져가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뒤로 한 채 여성합창이 끝까지 남아 여운을 만들고, 광대한 우주의 아늑함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까지가 홀스트가 남긴 7곡이다. 때에 따라 제8곡 ‘명왕성, 새롭게 하는 자’를 연주하고는 한다. 1930년에야 명왕성이 발견되었으니 홀스트가 이 곡을 작곡할 때에 명왕성은 미지의 행성이었다. 후배들이 이를 아쉽게 생각하여 2000년에 영국 작곡가 콜린 매슈스가 ‘명왕성(새롭게 하는 자)’을 지어 홀스트의 딸 이모겐에게 헌정했다. 하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이 명왕성을 외행성으로 바꾸면서 명왕성은 ‘행성’에 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마다 외전(外傳)이라 생각하고 연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제4곡 ‘목성’이다. 현대의 고전이 된 이 곡은 대중적인 음악회에서도 자주 연주된다. 존 윌리엄스도 자신의 영화음악에 ‘행성’의 여러 테마들을 자유롭게 빌려다 쓰곤 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국의 군대를 묘사하는 장면의 음악에서 제1곡 ‘화성, 전쟁의 전령’ 서두의 불길한 리듬이 등장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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