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원에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등 정치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명복을 빌었다. 브라이언트는 2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함께 타고 있던 딸 지안나(Gianna)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보도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는 현역 선수 시절 내내 진정 위대한 농구선수였고 (2016년 은퇴 후)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했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가족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미래에 대해 강한 정열을 지녔다”며 “무엇보다 그의 아름다운 딸 지안나를 잃은 것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참담하게 느껴진다”고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내 멜라니아와 나는 브라이언트의 부인 바네사(Vanessa)와 그 가족 모두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며 “신께서 늘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비록 사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추모를 받긴 했으나 브라이언트는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미국 프로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선 흑인 등 소수 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합 전 국가 연주 때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그냥 그라운드에 앉아 있는 퍼포먼스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애국적 처사’로 규정하며 해당 선수가 속한 구단주들한테 “국기와 국가에 무례하게 행동한 선수들을 당장 내쫓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해 NBA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뜻에서 “백악관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커리를 겨냥해 “백악관 초청을 취소한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은퇴 직후였던 브라이언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과 증오의 원천”이라고 부르며 커리 지원사격에 나섰다. 1996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3위로 지명되며 프로리그 생활을 시작한 브라이언트는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선수로 뛰며 “포지션을 떠나 역대 최고의 NBA 선수”라는 찬사를 들었고, 이런 경력 때문에 브라이언트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은 미 체육계와 정계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녔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