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에만 있기 답답하잖아요. 바람 쐴 겸 나왔어요.” 일요일인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어판장. 이모(60대·대구시 달서구)씨는 “(사람이) 없을 줄 알고 나왔는데 인파로 가득해 깜짝 놀랐다”면서 “가족과 천천히 회도 먹고 장도 보고 돌아갈 예정이다”고 했다. 이날 어판장은 걸음을 옮기기 버거울 정도로 붐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생선을 손질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50㎝ 남짓한 좁은 보행로는 지나치는 사람끼리 몸을 부딪치기 일쑤였다. 어판장 주차장에서 도로까지는 800m가량 교통체증이 빚어져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쉽사리 기세가 꺾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대책을 내놨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현장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며 집 밖을 나서는 사람이 늘어서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4월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으로 해서 권고사항을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외출 자제와 타인과의 신체 접촉 최소화, 2m 건강거리 두기 등이 대표적이다. 중대본은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호소하며 긴급재난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다. 날씨가 풀리면서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상인 역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생계를 잇기 위해선 손님이 찾아주는 게 좋지만 자칫 확진자가 방문하면 코로나19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죽도시장에서 회를 판매하는 50대 상인은 “손님 대부분이 대구에서 오는데 확진자가 나오면 장사를 접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진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봄철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상춘객이 줄을 잇고 있다. 주말이면 해안가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으로 붐빈다.
전문가는 잦은 야외활동이 코로나19 종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이 시기가 감염병을 조기 종실 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적기이다”며 “특히나 내 몸을 지키는 것이 확산 방지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하고 당분간은 외출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포항=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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