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23일 오후 8시 뉴스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구속된 닉네임 ‘박사’ 조모(25)씨의 실명을 보도하면서, 그가 과거 대학 시절 작성한 학교신문사 칼럼도 페이스북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퍼지고 있다.
인천의 한 전문대 출신인 조씨는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중의 하나인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조씨의 기사가 게재된 페이스북 페이지는 익명으로 운영되며, 누군가 과거 조씨가 작성한 기사가 든 신문을 갖고 있다가 이 페이지 관리자에게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기사는 당시 편집국장인 조씨가 수능을 소재로 작성했으며, 그는 자신이 만점이라고 생각했던 한 선택과목의 오답이 시험을 끝내고 가채점을 하고서야 보였다면서, “이미 지나간 시험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썼다.
조씨는 이어 “이건 비밀인데 몇 번 남몰래 침대에서 간절하게 기도도 했다”며 “제발 시간을 돌려달라고 말이다”라고도 적었다. 그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기사 작성의 실수는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부터 보인다”며 “정말 노력했는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자책도 끊임없이 한다”고 자신의 학교신문사 생활도 언급했다.
조씨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결점의 학보를 목표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의 기사는 페이스북 이용자 손을 타고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한편, 조씨 외에도 대화방을 운영하며 닉네임 ‘와치맨’을 쓴 30대가 이미 구속돼 내달 1심 재판 선고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전모(38)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영상 등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구속 됐으며, 비슷한 시기 강원지방경찰청이 그를 쫓으며 수사한 혐의는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포함한 불법음란물 9000여건을 n번방을 통해 유포했다는 내용이었다.
전씨에 대한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내달 9일 선고 공판이 열린다.
누리꾼들은 n번방을 처음 만든 인물인 ‘갓갓’이라는 닉네임 사용자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경찰이 ‘갓갓’의 인터넷 프로토콜(IP)은 특정했지만, 사이버 범죄에서는 IP 차명·가명·도명이 횡행하는 탓에 실제 범인 추적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용한 IP를 특정했더라도 해당 IP의 실제 사용자가 ‘갓갓’이 아닐 수 있어 검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기도 하다.
경찰은 n번방 운영자들에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형법상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7가지를 적용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의자의 일부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성폭력처벌법 25조는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엔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경찰은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n번방 운영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판결 확정전에 피의자 신상이 당국에 의해 공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운영자들과 달리 이용자들의 유죄 확정 전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한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소지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보이지만, 이러한 혐의만으로는 수사단계에서 신상정보 공개가 되지 않기에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운영자들이 주도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혐의와 관련, 이용자들에게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가 신상공개 문제에서 중요한 고려요소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운영자 등을 포함해 n번방과 관련된 이들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 중 가장 많은 서명 참여는 총 242만여명으로, 청와대의 답변 요건(30일 동안 20만명 이상 서명)에 해당하는 비슷한 청원이 4개가 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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