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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美 부호들 휴양지 피난에… 주민들, 감염공포 커졌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30 20:07:41 수정 : 2020-03-30 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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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감염 피해 도시서 대거 유입… 바이러스 확산 우려 / 주민들 대부분 고령… 병원도 부족 / 면역력과 재난 대비능력 취약해 / 佛 일부 섬 하루 새 인구 두배 늘어 / 伊 남부선 4만명 온 뒤 확진 봇물 / 美선 호텔·교외집 빌려 별장 격리 / 의사들 “무책임하고 이기적” 비판

“우리 마을에 마치 휴가라도 온 것 같았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누아르무티에섬 주민 프레데릭 보우카드(47)는 수도 파리에서 피난 온 이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부유층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도심에서 한적한 휴양지 별장으로 대거 피신을 오면서 마을 사람들의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을 높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별장이 있는 시골 지역은 대개 병원과 의료진이 부족한 데다 주민들의 소득이 많지 않고 연령대도 높다. 면역력과 재난 대비 능력이 취약한 이들이 모인 곳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온 외부인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크다.

NYT에 따르면 누아르무티에섬 인구는 하루 만에 두 배 수준인 2만명에 이르렀다. 앞서 17일 프랑스 전역에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지 2주 후 이 섬에서 약 70건의 감염 의심사례가 나왔다.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누아르무티에섬에서 29일(현지시간) 테니스를 치며 휴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에는 최근 코로나19를 피해 수도 파리에서 ‘별장 격리’하러 온 부호들이 많아 현지 주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현지 주민들은 파리지앵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해변가로 달려가 소풍과 연 날리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이 섬에 있는 절반가량의 자동차 바퀴가 훼손됐다. 번호판에 ‘파리’가 적힌 자동차들이었다.

의사들은 최근 섬에 넘어온 사람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노엘 포셰 시장은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를 아예 차단하려다가 ‘불법행위’라는 정부의 제지를 받자 “자신의 주요 주거지에 격리하지 않고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우린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이탈리아는 북부 지방에서 감염이 시작됐는데, 이를 피해 남쪽의 별장으로 간 부호들이 상당수 코로나19를 타 지역에 전파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부의 관광지인 시칠리아의 한 보건위원은 타 지역민 4만명이 유입된 직후 확진자가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에서는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전 총리가 지난 11일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마르벨라에 있는 별장으로 떠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미국은 부호들이 작은 호텔을 사들이거나 교외 지역의 집을 통째로 수개월간 빌리는 식으로 별장 격리를 하고 있다. ‘자택 대피령’이 내려진 미국에서 대다수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의 이동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제2의 집을 마련한 부자들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대피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CNN은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호텔들이 영업을 접고 호텔 방을 의료진 숙소나 의료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 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바이러스 시즌’ 별장 수요에 맞춘 ‘호텔 전체 대여’ 상품이 나왔다.

메인주의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의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4월 한 달간 머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바다가 보이는 고급 객실 14개와 일체의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상품 가격은 주당 1만9500달러(약 2400만원)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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