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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부른 미술계 뉴노멀… 가상현실로 컬렉션 즐긴다 [김한들의 그림 아로새기기]

입력 : 2020-05-23 18:00:00 수정 : 2020-05-23 14: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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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비대면 전시 관람’ 새 트렌드로 / 불특정 다수 한 곳에 모으는 전시장 / 감염 우려에 온라인으로 작품 전시 / ‘21세기 앤디 워홀' 美작가 카우스 / 눈에 X자 새겨진 자신만의 캐릭터 / ‘컴퍼니언’ 만들어 대중에 큰 인기 / 석촌호수에 대형 풍선인형 띄워 / AR 통해 서울 DDP서도 불러들여 / 2019년 8만명 찾았던 홍콩 아트바젤 / 2020년 온라인 전시… 25만명이 관람

◆뉴노멀, 비대면 전시 관람 즐기기

벌써 코로나19로 거리 두기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중국에서도 여전히 확진 환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감염병의 끝은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그간 상황에 맞춰 새로운 생활 방식에는 나름 적응을 했다. 뉴노멀이 하루가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화상 채팅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과 미팅이 더 낯설지 않다. 그리고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시와 작품을 둘러보는 일은 이제 일상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공공장소에서 가상현실을 시도해보는 작가의 모습. 카우스와 어큐트아트

미술계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일찍부터 경험한 업계 중 하나다. 전시장이 불특정 다수를 하나의 공간에 모으기 때문이다. 전시장은 물론 관련 시설 운영과 시장 시스템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었다. 하지만 그만큼 비대면 방식의 소통을 이어가는데 먼저 개발을 시작했다. 그중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은 AR 기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스마트폰을 들면 작품이 가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 집 안에서도 유명 작가의 작업을 컬렉션해놓은 것처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미술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즐거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ACUTE ART에서 제작한 카우스(KAWS)의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도 찾았다.

◆21세기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작가, 카우스

카우스는 1974년 미국에서 태어난 브라이언 도널리(Brian Donnelly)다.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그곳에서 성장했다. 경기 침체가 일어나던 시기, 도시가 쇠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았다. 암울할 수 있었던 시간을 버티게 한 것은 야외 벽에 낙서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당시 뉴욕 미술계에서 주목받던 바스키아처럼 반항적인 그림들을 스프레이로 그렸다. 알파벳을 크게 써서 단어를 나열하기도, 거친 선의 흔적으로 복잡한 도상을 그리기도 했다.

‘COMPANION (EXPANDED) in Seoul’(2020). 가상현실로 서울 DDP 앞에서 공중에 떠 있는 컴퍼니언의 모습. 카우스와 어큐트아트

그렇게 낙서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X자 형태의 눈을 가진 해골을 가진 캐릭터, ‘컴퍼니언(Companion)’이었다. 컴퍼니언은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된 광고의 모델 얼굴에 쓱쓱 그려 넣기 편한 생김새였다. 동시에 어두운 느낌의 해골과 X자를 사용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냈다. 컴퍼니언의 이름을 한국어로는 친구, 동반자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때부터 컴퍼니언은 이름 그대로 카우스의 모든 활동에 함께하기 시작했다.

카우스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로의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졸업한 뒤에는 월트 디즈니 소속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101달마시안’, ‘다리아’, ‘더그’ 등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작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는 애니메이터였지만, 밤에는 꾸준히 컴퍼니언을 그렸다. 뉴욕의 벽에 등장 빈도수가 높아지며 점차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카우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컴퍼니언을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했다.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셈이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21세기의 앤디 워홀로 불리며 가장 중요한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는 홍콩의 한 경매에서 약 1m의 회화 작품이 160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국내에서도 작가별 낙찰총액 17위에 이름을 올려 그 인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등장한 바 있다. 젊은 컬렉터층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애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카우스의 작품이 이제는 특정 계층을 넘어선 관심을 끌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생각해보면 앤디 워홀이 처음 캠벨 수프를 그렸을 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 같다. 만화 또는 일러스트처럼 보이는 외형에 편견을 깨기까지는 시간과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카우스의 컴퍼니언, 그리고 확장된 컴퍼니언

카우스의 작업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존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스머프, 미키마우스, 스누피 등 유명 캐릭터의 눈 부위에 X자 형상을 대입시켜 자기 작업으로 변형해냈다. 이러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 상표나 만화 이미지를 차용하는 미국 팝아트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낯익은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보는 이의 눈을 끈다. 그리고 그 눈앞에 컴퍼니언으로 다시 나타나 사회 비판적 담론을 풍자적으로 영리하게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카우스 앨범(The KAWS Album)’이 대표적이다. 심슨 가족이 발매한 ’노란 앨범(The Yellow Album)’이라는 음악 앨범을 보고 그렸다.

‘THE KAWS ALBUM’(2005). 카우스는 심슨의 ‘노란 앨범’, 심슨은 비틀스의 Sgt 앨범 커버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 비틀스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끈 작품이다. Courtesy of Sotheby’s 소더비

심슨은 미국 폭스TV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3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방영되었다. 바트 심슨, 호머 심슨 등 심슨 가족은 미국 중산층 가족의 전형으로 표현됐다. 그렇게 문제를 드러내고, 노골적이기까지 한 현실 풍자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카우스는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60여명의 캐릭터를 한 화면에 담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X자를 그려 넣어 킴슨(KIMSON)으로 재탄생시켰다. 시대를 대표했던 풍자극을 다른 차원으로 다시 한번 대중의 앞에 출현시킨 것이다.

이렇게 회화 작품으로 미술계에 자리매김하면서도 그는 서브 컬처 관계를 유지했다. 작품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트토이, 패션, 대형 행사 등을 통해서다. 결국, 카우스의 분야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은 이미지의 고급과 저급 사이의 장벽을 무너트린다. 이러한 대중성을 가진 카우스의 행보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시각화해 볼 수 있다.

카우스는 컴퍼니언을 세로 28m, 가로 25m,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풍선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전 세계로 여행시키는 홀리데이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2018년 석촌호수에 이 풍선이 물 위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으로 등장했었다. 이후 풍선은 대만 타이베이, 홍콩 빅토리아 하버, 일본 후지산 근처, 미국 버지니아 해변 등지에 나타났다.

◆카우스가 향하는 곳

비대면 전시 관람은 예상치 못했던 감염병의 등장에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선두주자 격으로 출범한 구글 ‘아트 앤드 컬처’ 프로젝트의 경우, 가입 미술관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스트리트 뷰 기능처럼 미술관 내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가상미술관 서비스다. 홍콩 아트바젤은 행사 개최 예정이었던 시기에 ‘온라인 뷰잉룸’을 제공했다. 지난해 전시장 방문객은 약 8만명이었으나 올해 온라인 방문객은 25만명에 달했다. 이 성공에 힘입어 최근 프리즈 뉴욕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행사를 치렀다는 소식이다.

작년, 이 무렵 카우스에 관한 글을 썼던 것이 생각난다. 그 글을 쓰며 컴퍼니언처럼 전 세계를 누비는 카우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 년이 지난 지금, 카우스는 AR 기술을 활용해 우리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 ‘확장된 컴퍼니언(COMPANION (EXPANDED))’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여기서 ‘확장된’이라는 말이 유독 의미 있게 들린다. 이 기술을 활용한 유명 작가의 전시가 연달아 열리지만 카우스의 전시는 남다른 메시지를 가지는 것 같다. 컬렉터 외의 대중과 소통하는 행보를 지속해서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의 활동의 전개가 더욱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김한들 큐레이터, 국민대학교 미술관·박물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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