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극한 대립하는 가운데 미 상원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20일(현지시간) 가결했다.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하원 처리도 유력해, 코로나19 확산의 ‘중국 책임론’을 연일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막강한 대중 압박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슨 반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외국기업 책임법’은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이 이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 당국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 주식은 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다.
CNBC는 “미국 자본에 접근하려는 외국 기업은 모두 이 법을 적용받는다”면서도 “하지만 의원들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법안에 대한 지지 표시로 동반 법안을 제출한 하원 금융위원회의 브래드 셔면 민주당 의원은 대형 회계부정을 일으킨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를 거론하며 “이 법안이 있었다면 루이싱커피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으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루이싱커피 주가는 전날보다 35.76% 떨어진 2.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120억달러까지 오른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이날 7억1000만달러로 추락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주가도 이날 2% 하락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폭스 비즈니스뉴스 인터뷰에서 “미 증시에 상장됐지만 미 회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때리기’의 선봉에 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전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년간 20억달러 국제원조’ 언급을 직격했다. 그는 “이 전염병은 미국인 9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월 이래 36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30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이 9조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중국의 무능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대량 살상을 가져왔다”고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고, “또라이, 얼간이”라는 막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성토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