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사립대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게시글을 읽게 한 과제를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회는 해당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한국외대 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명예교수 A씨는 이번 학기에 담당한 경영학 관련 강의에서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블로그에 쓴 글을 읽기 과제로 냈다. A교수가 읽도록 한 글에는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 인식이 일부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글은 여성을 ‘꽃’에 빗대고, 남성을 ‘물뿌리개’에 비유하며 “집 꽃 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시들다가 말라 죽으면 남자 손해” 등 내용이다.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여자가 매력 있고, 정숙한 상냥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애교를 남자들은 좋아한다”, “남자는 논리적이고 언어적이고 능동적인 반면, 여자는 직관적이고 수동적이다” 등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내용도 있었다.
과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A교수의 다른 글에는 “10여명의 교수와 부산에 갔다가 대낮에 창녀촌 관광을 하게 됐다”거나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로 쓴 표현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해당 글과 관련해 “읽기 필수”라면서도 “수필 앞부분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음을 미리 양해 바람. 재미로 쓴 수필이었음을 감안해 주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글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도 읽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는 부분이다. 과제로 제시한 글이 중간고사 범위로 포함돼 사실상 읽기를 강요받은 학생들은 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A교수가 쓴 여성혐오적 글이 수강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며 “A교수는 해당 게시물에 대해 책임지고 교단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또 “학생들은 중간고사에 응시하기 위해 여성혐오적 게시물을 읽어야 했다. 이는 담당 교원의 권위에 기반한 명백한 폭력이자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에 다녀온 것을 일종의 기행담 취급했다”며 “‘남성의 본능’이라는 허상을 쥐고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에 가담하는 교수는 교육자로서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A교수는 “개인 생각을 10년 전에 써놓은 블로그 글을 문제 삼는 것은 과하다’며 해당 글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21일 수강생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비록 오래 전 재미로 쓴 수필이라 하더라도 세상이 무섭게 변해가고 있는데 나만 생각이 과거 제자리에 남아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던 모양”이라며 “서울 작업실에 복귀하면 블로그에 대한 여러 조치를 할 예정이니 일단 내 블로그는 일절 찾거나 읽지 말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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