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이어 세 번째 관광도시
더울 땐 40도 넘어 안달루시아의 프라이팬
즐비한 바로크 문화유산 그 중 최고는 단연 세비야성당

구시가지를 벗어나 넓은 정원 위에 자리 잡은 숙소는 바쁜 여정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여유와 포근함을 선사한다. 더구나 조금 전까지 머물던 구시가지가 석양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감상하기에 더할 수 없는 장소였다.
다음날 호텔에서의 아침을 느긋하게 즐기고, 안달루시아 최대 도시이자 스페인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세비야로 향한다. 코르도바에서 세비야로 이르는 길은 오렌지 나무들이 안내한다. 1시간 30여분을 달려 오렌지 나무들 사이로 도시가 드러나고 이윽고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 사원이라는 세비야 대성당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세비야에 도착함을 실감한다.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숙소를 찾기 위해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이어 세 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관광 도시답게 도심 곳곳에서는 스페인 전통음악이 흘러나오고 특산품과 플라멩코 무희 인형들을 전시한 가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도시답게 호텔 로비도 번잡하다.
세비야는 오랜 세월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지로 발달해 왔다. 로마시대에는 히스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대규모 시장이 발달한 산업중심지였다. 무어족이 점령하던 시절에는 우마이야 왕조 수도로 번성해 왔으며 기독교 세력이 점령한 이후에는 스페인 황금시대를 여는 중심항구로 발전했다. 당시 스페인의 왕은 신대륙에서 수입한 물자는 반드시 세비야를 통과하도록 했기 때문에 신세계 물품을 구하려는 유럽 상인들은 세비야로 몰려들었다. 세비야 항구가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내륙으로 80㎞가량 들어와 있어 신대륙에서 오는 보물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대륙과의 무역이 위축되고 스페인 국운이 기울면서 세비야의 경제적 명성은 잃어갔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오랜 세월 번성했던 문화적 유산 덕택으로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스페인 대표적인 관광지로 성장했다. 따뜻한 지중해 기후 세비야는 여름 최고 온도가 종종 섭씨 40도를 넘을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무더운 도시다. 이로 인해 ‘안달루시아 프라이팬’으로까지 불리지만 바로크 양식 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밀집해 있을 만큼 풍부한 문화적 유산 덕에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비야에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세비야 대성당이다. 세비야 성모 성당은 로마 가톨릭 대성당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일 뿐 아니라, 가장 큰 고딕 양식 성당이다. 1987년 유네스코에 의해 인접한 알 카자르 궁전 단지와 인디아 일반기록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1400년쯤 시작해 건설에 100년이 걸린 성당은 원래 알 모아데 모스크가 있던 자리 위에 세워졌다. 당시 세비야 사람들은 부유한 무역 중심지 위상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짓기 위해 모스크를 허물었다고 한다. 대성당 총 면적은 1만1520㎡로 고딕구간만 길이 126m, 폭 76m에 달한다. 트란셉트 중심부 최대 높이는 42m이며 지랄다(Giralda) 타워에서 기상 베인까지의 총 높이는 104.5m이다. 세비야 대성당보다 크다는 두 교회는 주교들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지위면에서 보면 세비야 대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성당은 내부에 그림, 조각품, 목조 조각 등 훌륭한 예술 작품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플라테레스크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또한 세비야 대성당의 유명한 자랑거리 중 하나는 콜럼버스 무덤이 있다는 것이다. 성당 내부에 19세기의 무덤 하나가 있는데, 이 무덤에 그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너무나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성당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예약증이 있어야 한다. 미리 예약해둔 시간대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선다. 거리 곳곳에는 재스민의 향기가 반기고 세계 각국 언어가 곳곳에서 들린다. 한낮 햇살이 가득한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서둘러 도시 거리를 지나 성당 앞에 도착한다. 성당 앞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늘어선 사람들을 헤치며 드디어 세비야 대성당에 들어선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