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골목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한 대형견이 다른 소형견을 물어죽이고 이를 말리는 사람까지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이 일고 있다. 이 사건 목격자에 따르면 해당 대형견 견주는 “신고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로트와일러 개물림 사망 사건 해당 가해자 견주는 개를 못키우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오후 10시30분 현재 1만여명이 참여 중이다. 로트와일러는 대형 맹견의 일종이다. 죽은 소형 반려견은 스피츠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이 올린 한 뉴스 보도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에서 발생했다. 주인과 함께 가고 있던 흰 스피츠에게 갑자기 검은 로트와일러가 달려들어 사정 없이 물어뜯었다. 스피츠는 단 15초만에 죽었다.
로트와일러 견주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스피츠 견주 역시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대형 맹견에겐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씌워야 하나, 사건 당시 로트와일러는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사건 목격자는 해당 로트와일러가 전에도 다른 개를 물어 죽였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는 청원 글에서 “가해자는 오래 전부터 입마개는 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채 대형 맹견인 로트와일러를 주택가에 풀어놓았고, (3년 전) 첫 번째 강아지 사망 사건이 터진 이후엔 입마개를 하더니, 그것도 몇 달 못가서 다시 입마개를 하지 않고 목줄만 한 상태로 산책을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해당 로트와일러로 인한) 같은 패턴의 사고가 벌써 5번째”라면서 “이런 살생견이 집 앞에서 살고 있는데, 견주에게 아무런 처벌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호소했다. 이어 “맹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라이센스(자격증)를 발급받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격자는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서는 “로트와일러 견주는 스피츠 견주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에 항의하는 자신에게 로트와일러 견주가 “왜 이렇게 참견이 많냐”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로트와일러 견주가 “신고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면서 가 버렸다고도 주장했다.
죽은 스피츠 견주는 로트와일러 견주를 경찰에 고소했으나, 처벌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견주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정부는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맹견의 공격성을 평가해 안락사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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