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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한미연합훈련 강행… 美, 전략적 유연성 확보 포석

입력 : 2020-08-25 06:00:00 수정 : 2020-08-24 1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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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미군 재배치
코로나 재확산 복병에도 훈련 개시
美 본토·日서 투입되는 미군 병력 축소
야간훈련도 생략… 北 반발 크게 줄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대비 차질 우려
2016년 4월 8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지역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도하훈련 중 주한미군의 M1A2 전차가 한국군이 설치한 부교를 이용해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올해 첫 한·미연합훈련이 지난 18일 시작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상반기에도 코로나19로 훈련을 미뤘는데, 훈련 개시 직전에 또다시 코로나19 재확산이란 복병을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훈련 강행이 결정됐다. 자연히 미국 본토와 일본 등에서 투입되는 미군 증원병력이 줄고, 야간훈련이 생략되다 보니 규모와 내용 면에서 ‘반쪽’짜리 훈련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훈련 때면 늘 반복되던 북한의 반발 수위도 크게 줄어들었다. 북한에서 코로나19와 계속된 장마에 따른 수해 피해가 겹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한반도 내부 사정과는 별개로 미군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최근 주독미군 감축 및 유럽사령부 이전 발표와 함께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는 등 군사전략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독미군 감축과 함께 다시 등장한 ‘전략적 유연성’

미국 현지시간으로 7월 29일 오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주독미군 1만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 유럽군사령부도 벨기에 몽스로 이전한다고 했다. 동맹인 독일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독미군 감축을 놓고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돈 문제’라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간 불화’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이를 의식한 듯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시적인 미국 국방전략의 조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독미군 감축을 포장한 개념은 ‘전략적 유연성’이었다. 이는 해외주둔 미군 전력의 유출과 유입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에스퍼 장관은 “독일에서 빼는 미군 1만2000여명 가운데 5600명은 회원국 내 재배치하고, 6400명은 미국으로 일시 복귀시켰다가 신속대응군인 ‘스트라이커’ 부대로 편성해 다시 흑해 연안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 뒤인 31일(현지시간)에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주독미군 감축과 유럽사령부 이전을 두고 “유럽에서 미군의 규모와 구성, 배치는 역사를 통해 여러 번 바뀌었다”며 “우리는 지금 동맹사에서 새로운 변곡점에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유럽이 군사적 견제 대상으로 여겨온 대(對)러시아 억지력을 높이고 전략적 작전 유연성을 향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독미군 감축 등 일련의 과정을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전략의 일환으로 봐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주독미군 감축 발표를 전후로 미국 내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7월 27일 뉴욕타임스와 8월 11일 RCN International Outlook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대서양 혈맹이자 언어·인종·문화적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분열시킨 것을 최대의 외교적 실수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신고립주의 직면, 영국의 EU 탈퇴, 독일과 프랑스의 나토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러시아와 터키의 지중해 진출 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제정 황제와 이슬람 술탄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와 터키가 함께 합심하고, 여기에 중국이 동참함으로써 나토를 더욱 분열시켜 미국에 군사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주둔 미군

◆인도·태평양에서 미군 재배치는… 대중국 견제가 핵심

지난 17일 B-1B ‘랜서’ 전략폭격기 4대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 등 6대의 폭격기가 미국 본토와 괌에서 출격해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 B-1B 2대는 미국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다른 2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각각 출격했다. B-2는 최근 배치된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에서 출발해 일본 근해까지 장거리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군 폭격기와 해군 항공모함 타격단, 해병대 항공기가 통합작전을 펼치면서 일본과 연합훈련을 한 것이다. 이런 규모의 통합 및 연합훈련은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었다. 케네스 월즈바흐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폭격기 출격 및 미·일연합훈련에 대해 “이러한 동시 임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구(戰區)를 보장하는 임무를 지원하고자 아군을 신속히 배치하는 광범위한 옵션을 제공하는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폭격기 전개와 훈련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냉전이 끝나 구(舊)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와의 갈등 확대는 미국에 여전히 부담일 수 있고, 북한의 위협 또한 간과하기 어렵지만 지금 대결의 중심은 중국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맥콘빌 미국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화상 대담에 출연, “미 육군이 장거리 고정밀 타격능력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반접근·반거부 전략에 효과적 대응이 가능한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육군 군사력의 향상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제1도련선’까지 언급하면서 “일본, 필리핀,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들과 파트너십을 강력히 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는 언급까지 했다. 제1도련선은 중국이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이은 가상의 선이다. 한국도 제1도련선 안에 있는 국가다.

중국의 팽창을 기존 동맹국과 협력국, 그리고 인도까지 묶어서 견제하자는 취지다. 미국과 일본이 다수의 소형위성으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체제를 공동 구축했다는 지난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미군 고위관계자들은 유럽에 이어 조만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군의 전력 재배치 입장 발표도 예고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진행 중인 한·미연합훈련이 우리 군이 원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대비 차원이라기보다 사실상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위한 사전대비 차원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끝나는 한·미연합훈련 이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동북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 규모와 관련해 어떤 보고서를 작성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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