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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위기마다 등장하는 ‘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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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08 22:44:50 수정 : 2020-09-08 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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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전 열세 극복위해
편 가르기 전략 노골적인 사용
국내도 조국사태 후 몸살 앓아
증오·적대로 쌓은 성 오래 못가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지난달 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동안 각종 설문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뒤졌지만, 현재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거의 비슷하며 대선까지 트럼프에게 유리한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콜라노비치는 4년 전 트럼프의 당선 이후 주가 상승과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주가 추락을 예측한 인물이다. 워싱턴의 권력 변화에 민감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의 촉이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경합 주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맹추격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지난 6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6, 7%포인트로 격차가 좁혀졌다.

김수미 국제부장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 속에 미국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 최다를 기록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던 경제마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런 의외의 선전은 ‘증오와 분열’ 전략이 먹힌 덕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를 본격화하면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나타난 일부 폭력사태를 고리로 ‘법질서 수호’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시위를 ‘테러행위’로, 흑인 등 유색인종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이들이 법과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장기화하는 시위에 대한 백인들의 피로와 불안감을 키워 교묘하게 ‘인종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향해 ‘못됐다(nasty)’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유학생 입국제한 등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반트럼프 집단을 공격하며 백인, 남성, 저학력 노동자층 등 주요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 ‘쿵후’라고 부르고 중국기업들을 퇴출하는 것 역시 자신의 부실대응책임을 중국이라는 ‘공공의 적’에게 돌리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트럼프가 다른 역대 대통령들처럼 ‘하나의 미국’, ‘화합’을 강조하기보다는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갈라치기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조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윙보터를 끌어안기보다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위기감을 불어넣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분열 전략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업 의사들 짐까지 떠맡은 간호사 헌신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려 편 가르기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간호사들의 노고에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공감을 받지 못했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파업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은’, ‘(방호복을 입고 쓰러진)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 간호사들이었다’ 등의 구절에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간호사를 위한 격려의 말보다는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의사와 환자를 지키는 간호사, 의사파업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가르는 ‘분열의 언어’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한국갤럽 조사 기준)은 코로나19 방역 성과에 힘입어 지난 5월 초 71%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8월 중순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 논란과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로 3개월여 만에 39%로 추락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다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로 비난의 화살이 쏠린 덕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조국사태가 광화문(조국 반대)과 서초동(조국 수호)으로, 부동산 대책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국민분열을 촉발한 데 이어 의사파업으로 인한 편 가르기까지 국민은 피로를 넘어 염증을 느낀다.

위기의 순간 갈라치기 전략은 효과를 발휘해왔다. 하지만 증오와 적대의 에너지로 쌓아 올린 반쪽짜리 성은 늘 오래가지 못했다.

 

김수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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