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군의 으뜸가는 책무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군이 필요로 하는 첨단 장비를 구매한다.
영공 방어를 전담하는 공군은 무기도입 규모가 최소 수천억원대라는 점에서 장비의 효율적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공군의 현재 상황은 이같은 요소와는 거리가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공군에서 받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실제 가동률이 목표치(75%)보다 저조한 공군 항공기 기종은 전체 20개 가운데 7개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대규모 분해·수리·개조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창정비나 성능개량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송기, 헬기 가동률 저하 심각하다
가동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기종은 헬기다. 공군이 운용 중인 헬기 3개 기종의 가동률은 모두 목표치를 밑돌았다.
구조 및 병력, 화물 수송 등을 맡는 C/HH-47 가동률은 41%. 2015년(64%)보다 23%나 떨어졌다.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C/HH-47은 2016년(65%), 2017년(53%), 2018년(47%), 2019년(49%)에도 목표치를 밑돌았다. 2015년부터 5년 가까이 목표 가동률을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러시아 카모프사의 Ka-32 헬기를 개조한 HH-32는 67%로, 2015년(78%) 대비 11%가 하락했다. 2016년에는 87%의 가동률을 기록했으나 2017년부터는 70% 미만에 그쳤다. 육군이 운용하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UH-60을 구난용으로 바꾼 HH-60은 71%로 2015년보다 8% 떨어졌다. 2018년 67%를 기록한 이래 목표치를 넘긴 적이 없다.
북한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궤적 추적이 주임무인 미국 보잉사의 E-737 조기경보통제기 가동률도 68%에 머물렀다. C/HH-47처럼 2015년 70%, 2016년 63%, 2017년 64%, 2018년 69%, 2019년 72%로 5년 가까이 목표치를 밑돌았다. 유럽 에어버스 KC-330 공중급유기는 62%, F-4 전투기는 71%였다.
미국 록히드마틴 C-130 수송기 가동률은 73%. 2015년 72%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목표 가동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공군은 “C/HH-47과 HH-60은 육군의 지원을 받는 항공기로, 자재 대기(수리 시 소요자재 부족으로 작업 수행이 불가한 상태)에 의한 창정비 장기화가 원인”이라며 “육군과의 협업으로 자재 조기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737은 2016년 4월부터 4년간 이뤄진 창정비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C-130은 2013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진행된 항공전자장비 개량, KC-330은 피아식별장비 개량, F-4는 기골보강 작업에 따른 것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규모에만 집착하다 대안 마련 소홀했나
군 안팎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창정비나 성능개량 작업은 하루아침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실시해야 하는 것이 창정비다. 실제로 E-737은 8년, HH-32는 5년마다 창정비를 한다. 성능개량도 관련 절차와 규정을 거쳐 실시된다.
착수 시기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가동률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있다. 군에서 명확한 대안을 제때 수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군의 규모’를 지목한다. 공군으로서는 현재의 조직 규모에 상응하는 수량의 항공기가 필요하다. ‘이 정도 수량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장비 위주의 획득 정책이 이뤄지는 이유다.
사업 관리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야간 저고도 침투능력 향상을 위한 C-130 항공전자장비 성능개량은 2013년 6월에 시작돼 지난 5월에 끝났다. 7년이 걸린 셈이다. 이 정도면 해외에서 신형 수송기를 도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항공전자장비는 스마트폰처럼 신형이 등장하는 주기가 짧다. 군용으로 전환하고 항공기에 통합한 뒤 인증을 받아도 3~4년 후에는 새로운 장비가 나온다고 업계 관계자들을 설명한다.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면서까지 7년에 걸쳐 C-130 야간 침투 관련 항공전자장비를 개량했지만, 시장에 새로 나온 장비보다 뒤쳐진 것을 쓰게 된 셈이다.
E-737은 1대가 창정비를 실시하면 최대 가동률은 75%다. 남은 3대 중 약간의 문제만 발생해도 실전 운용에 제약이 많다. 2대 추가 도입 필요성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차기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은 올해에야 본격화됐다. 안보위기에 대비해 군 전력을 빈틈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리부속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높다. C/HH-47은 육군 CH-47D를 공군 임무에 맞게 구조장비 등을 추가해서 개조한 기종이다. 기본적인 부품 수급은 육군 군수사령부에서 통합 관리하지만, 공군에서 쓰는 장비나 부품은 공군 군수사령부가 별도 관리한다. 이는 육군 CH-47D의 가동률도 공군처럼 저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등장한 지 40년 가까이 된 CH-47D는 노후화가 심해 세계적으로 퇴역이 진행중이다. 수리부속을 만드는 공장도 줄어들고 있어 단종부품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미군은 과거에는 대량의 수리부속을 보관했지만, 현재는 최신 버전과 그 이전 버전만 갖고 있다.
소모품은 국내 대체품을 사용할 수 있으나, 항공전자장비나 헬기 제작 시기에 사용됐던 부품은 제조공장이 생산을 중단해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부품 확보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자재 대기를 길게 만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듈을 통째로 바꾸는 대규모 성능개량 또는 신형 기종 도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육군의 CH-47D 성능개량이나 신형 기종 구매가 지연되고 있고, 공군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헬기의 교체가 단기간 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비행은 가능해도 작전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는 에프노스(F-NORS)도 문제다. 전투기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훈련비행을 해도, 피아식별장치나 전자전 장비 등이 고장난 상태라면 전시에도 평시에도 전방 지역 접근이 불가하다. 에프노스가 전시 항공기 가동률을 평시 대비 10% 이상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1~2012년 대당 4억달러(약 4500억원)에 4대를 도입한 E-737는 레이더나 전기 계통에서 6건의 이상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 공중에서 레이더 출력이 저하돼 임무를 중지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공군은 E-737의 레이더 송·수신 신호 생성 관련 장치인 신호 증폭기를 교체하고, 주파수 증폭기 내부 전원 공급기 접속단자를 수리했다. 2017년 2월 비행 중 레이더 임무장비 부팅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 계통을 점검하고 회로 차단기를 초기화했다. 같은 해 8월 지상에서 레이더 출력 불안정 현상이 발견돼 관련 부품을 교체했다.
2016년 5월 지상에서 엔진 시동 후 보조동력장치 가동을 멈췄을 때 전기계통에서 경고가 들어와 전류 차단기 내부를 수리했으며, 2018년 9월 임무시스템에서 경고신호가 다수 발생해 일제점검을 했다.
가동률 저조와 유지보수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T-50 훈련기 개발에 참여했던 이희우 예비역 공군 준장은 ‘돈’이라고 말한다. “민간 항공사는 여객기를 계속 돌려야 수익이 나니까 운영유지 지원에 대한 (자원) 배정이 군과 차이가 많다. F-15K처럼 투자를 해야 가동률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F-15K는 2017년 이후 2차 도입분(20대)이 창정비 주기가 도래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78%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장기계약을 맺어 정비와 수리부속 지원을 업체에 전담하게 하는 성과기반군수지원 제도(PBL) 덕분이라는 평가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가동률은 확실히 보장되는 제도다. 미 공군도 B-1B 폭격기 가동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지만, 기체 관리를 개선하고 정비를 늘리는 등 투자를 진행해 2019 회계연도 기준 40% 이상으로 가동률을 높였다.
한국 공군은 항공기의 가동률을 높이는 부분에 있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도입한 지 40년이 다 된 F-5 가동률이 86%를 기록하는 것이 증거다.
하지만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성과도 빛을 잃게 된다. F-35A, 글로벌호크 도입으로 후속군수지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군이 추진중인 차기 조기경보기, 조인트스타즈, F-35 추가도입까지 더해지면 장비유지비 소요는 급격히 증가한다.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첨단 항공기는 지상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장비 획득 못지 않게 가동률 유지와 후속군수지원에 대해서도 세심한 정책 집행이 필요한 대목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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