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으로 7년 8개월간 재임
아베 정권 외교안보 정책 공유해
일각 “아베 내세울 외교유산 없어”
美·日동맹 중시 노선 그대로 계승
中과는 경제 협력 강화 ‘딜레마’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제99대 총리에 취임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군사안보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스가 정권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재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중국 포위망으로 인식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2일 후보 토론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주장하는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 “미·중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하면 중국 포위망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 입장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러시아를 염두에 둔 듯 “지역 내에 적을 만들 수 있다”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나라들도 참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총재는 미·중 대립과 홍콩 문제, 보수층 반발로 복잡한 상황이 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는 단계가 아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스가 총재는 외교안보 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승계를 강조하고 있다. 7년8개월간 내각 관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아베 정권이 전개해온 외교안보 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방장관은 내각 넘버 2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4대신(총리·관방장관·외무상·방위상) 회의 멤버다. 정권 역학관계에서도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주도하는 당 주류의 영향권 아래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스가 총재가 아베 총리의 업적 계승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물려받을 만한 실적이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문제나 북한과의 납치 문제 등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나 별로 진전이 없었다”며 “외교 면에서 큰 유산은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외교 성과보다는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인맥이 도드라졌다.
스가 총재는 북·일 관계에 대해서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무조건 정상회담 의향을 밝히며 아베 총리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아베 총리가 사의표명 기자회견에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고 표현한 개헌에 대해 스가 총재는 “자민당의 당시(黨是)”라며 의욕을 보이나 자민당 내부, 공동 여당, 정치권의 역학관계에서 볼 때 실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스가 총재는 15일 스가 대세론 조성에 일익을 담당한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유임하는 등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스가 총재를 지지한 파벌 소속이 요직을 싹쓸이해 논공행상 논란이 나온다. 후임 관방장관으로는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기용을 최종조정 중이라고 니혼TV가 보도했다. 가토 후노상은 아베 총리 측근이자 강제동원 피해를 왜곡선전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 가토 고코 센터장의 제부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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