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6살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려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처벌이 강화됐으나 여전히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올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청원인은 이 사건 가해자가 조기축구를 한 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를 냈으며, 이후 숨진 아이의 조문을 가서까지 술 냄새를 풍겼다고 호소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햄버거 가게 앞에서 대낮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6살 아이의 엄마입니다,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2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인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 3시20분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햄버거 가게 앞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둘째 아들을 잃었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일 때라 A씨는 9살, 6살 아들 형제를 매장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햄버거를 사고 있었는데, 사고 차량이 들이받은 가로등이 6살 아들을 덮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고 한다.
A씨는 “아이들은 매장 유리창을 통해 저와 서로 마주보고 있던 상황에서 (제가) 포장이 언제 나오나 매장 데스크쪽으로 잠시 눈길을 돌린 순간 ‘쾅쾅’ 하며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면서 “놀라서 밖을 돌아보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둘째아이를 덮치며 쓰러진 가로등과 겁에 질린 첫째아이의 얼굴, 매장 출입문 앞까지 밀려 넘어진 오토바이 한 대였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는 상태로 119에 전화를 걸었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엄마의 부름에도 전혀 반응을 못하고 쓰러져 있는 제 아들을 안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두 곳을 거쳐간 끝에 둘째아들이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고 한 시간만에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사고 당일 아침 조기축구 모임을 갖고 낮술까지 마셨다고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모임을 자제하자는 정부의 권유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해자는 공무원의 눈을 피해 부지런하게도 아침 일찍부터 모임에 나가 축구에 술판까지 벌이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백 번 이해해서 가해자가 그날 축구만 하고 술을 안 먹었다면, 아니 술을 먹었더라도 대리운전 2만원만 내고 집에 갔더라면, 함께 한 조기축구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말려서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더라면, 이렇게 너무 소중한 둘째아이를 허망하게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슬픔과 억울함이 또 사무친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사고 당시 과속을 하다 브레이크도 밟지 않았다고 A씨는 부연했다. A씨는 “만약 가로등과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가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 있던 어르신 한 분과 저의 두 아이 모두를 잃을 수 있었고, 또 차량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돌진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가해자는 사고 당시 기본적인 구호조치조차 하지 못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발빠른 조치를 했다”고도 적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인 이른 아침부터 알지 못하는 낯선 두 명이 조문하러 왔다길래 남편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그때까지도 술냄새를 풍기며 ‘가해…’라는 말을 얼버무리리다가 그 두 사람의 첫마디를 들은 남편이 가해자 가족인 줄 알고 욕을 하며 내쫓았다고 한다”며 “나중에 경찰을 통해 알고 보니 그 두 명은 가해 당사자와 그의 아들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해자가 정말 제정신인가? 자신이 죽게 한 아이의 장례식장이 어딘지는 어떻게 알고, 왜 왔겠느냐”면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러 왔겠느냐, 아니면 구속되기 전 피해자 장례식장에 용서를 구하러 갔었다고 형식적으로 진술하려고 했던 것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문을 하러 온 가해자의 행위를 두고 A씨는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니 동정해달라’는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며 “이런 행위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증거로 인정되고, 가해자의 바람대로 조금이나마 형량이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 불안하고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A씨는 “그(조문) 이후로 가해자 쪽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아무런 용서와 반성의 메시지나 접촉 시도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 가해자는 윤창호법으로 검찰에 송치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런데 윤창호법으로 아직 5년 이상 판결이 없다는 걸 언론을 통해 알게됐다, 무기징역은 얼마나 술을 마시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나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A씨는 “둘째아이의 사고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음주 관련 사고들이 보도되는 걸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음주운전 살인자인 가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이렇게 도움을 청한다”면서 “사실 어떠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저희 가족의 억울함은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지만, 가해자에게 기존 판결보다 더욱 엄하고 강력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그리고 남은 가족들이 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의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 국민 누구나 공감하며 사회의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사건 가해자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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