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한밤 중 드론이 날아올라 남녀 10쌍의 적나라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평범한 40대 회사원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드론을 잃어버렸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드론을 조종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구속됐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 남부경찰서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토요일인 지난달 19일 자정무렵부터 오전 3시까지 부산 수영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드론을 이용해 아파트 주민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가 조종한 드론은 해당 아파트 두 개 동을 아래 위로 반복해서 날다가 ‘목표물’이 포착되면 고정 비행을 하며 집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론에는 수십 배까지 확대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드론은 오전 3시쯤 프로펠러가 갑자기 멈춰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3시5분쯤 경찰에 “뭔가 떨어지며 굉음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부서진 드론을 발견했다. 해당 드론 속 카메라에선 남녀 10쌍의 성관계 동영상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현장으로 접근하다 경찰을 보곤 달아났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A씨를 지난 4일 검거했다. 회사원인 A씨는 사건 당일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드론을 조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엔 그의 지인도 함께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드론을 잃어버렸을 뿐이고, 일부러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여 A씨의 컴퓨터 등을 확보하고, 포렌식 분석을 실시해 추가 범행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지인 B씨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범행에 사용된 드론은 100만원이 넘는 고가 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범행에 쓰인 드론은 소음이 작아 밤에 아파트 창문 앞을 날아다녀도 알기가 어렵다”며 “이제 고층 아파트라고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드론이 대중화되면서 비슷한 범죄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앞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불법 촬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드론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1만21대에 달한다. 그나마도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12㎏ 이하 드론은 신고 의무가 없어 실제로는 수십만 대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현행법상 드론은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만 띄울 수 있게 돼 있어 이번 사건처럼 밤에 띄우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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