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보건당국은 접종과 사망 연관성이 낮다는 이유로 독감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23일부터 29일간 독감 접종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청파동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접종이 잠정 유보되는 기간 정부가 백신과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할 것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정부 측에 사망환자의 부검과 병력 조사 등을 통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의학적으로 규명돼야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며 “사망자가 발생한 백신 다수가 정부 조달 백신인 만큼 유통과 보관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독감 접종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13명의 사례가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의원들 질의에 “독감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결정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5년간 독감 접종 후 사망자 수가 연평균 1.8명인데 올해는 벌써 13명”이라며 “백신 안전성이 확실히 규명될 때까지 예방접종이 중단돼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청장은 “올해 사망자 보고가 늘긴 했지만,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낮다는 게 피해조사반 의견”이라며 “지금까지 56만명이 사망자가 접종한 것과 동일한 백신을 맞았지만 20명 이하의 경증 반응이 신고됐고, 사망자와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사람들도 경증 이상 반응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은 상당히 낮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정 청장이 백신과 사망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접종을 받은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적으로 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사람은 모두 20명 확인됐다. 16일 인천을 시작으로 20일 전북 고창, 대전, 전남 목포에 이어 21일 제주, 대구, 경기 광명, 고양 등에서 사망자가 속출, 누적 사망자 수는 20명에 달한다. 백신 관련 첫 번째 사망 사례인 17세 남성 이후 사망자는 고령층에 집중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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