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극우 음모론 신봉 ‘큐어난’ 지지자들, 시련의 계절

관련이슈 미국 대선

입력 : 2020-11-11 20:00:00 수정 : 2020-11-11 21:10: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세주로 믿던 트럼프 선거 패배
선지자격인 ‘큐’의 침묵도 길어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의 한 ‘큐어난’ 신봉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극우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난’(Qanon) 지지자들이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이 일종의 구세주라고 믿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3 대선에서 패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선지자 격인 ‘큐’(Q)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큐어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주도하는 사탄 숭배 소아성애자 비밀 결사 ‘딥 스테이트’가 세상을 주무른다고 믿는다. 2017년 고위 정보 관료를 자칭한 Q가 온라인 극우게시판에서 각종 음모론을 올리면서 세를 확장했다. Q는 딥 스테이트 소탕을 위해 선택된 인물인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도 압승을 거둬 정의를 회복할 것이라며 “계획을 믿으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Q의 활동무대인 웹사이트 ‘에이트쿤’(8kun)에서 Q의 모습이 이날까지 일주일 이상 보이지 않고, 전반적인 큐어난 활동도 크게 위축됐다고 NYT는 전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마조리 테일러 그린과 로런 보버트 등 큐어난에 동조하는 2명의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큐어난 음모 서사의 중심 인물인 트럼프가 낙선한 충격이 너무 큰 탓이다. 한 지지자는 “이제는 내가 (Q의) 계획을 신뢰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자포자기의 심경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금까지는 Q의 예언이 틀리더라도 조금씩 수정을 가하면서 큰 틀의 음모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대선 패배는 이 틀을 완전히 벗어나버린 사건이다. 8kun의 전신인 ‘에이트챈’(8chan) 게시판 설립자 프레드릭 브레넌은 “그들은 트럼프가 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폭스뉴스가 바이든 당선을 선언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8kun의 론 왓킨스가 개인 생활과 검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면서 대선 이후 게시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것도 큐어난 신봉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아직도 많은 큐어난 신봉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을 통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는 슈퍼컴퓨터가 득표수를 조작하는 데 사용됐다거나 트럼프가 민주당을 ‘사기 선거’의 덫에 빠뜨리려고 투표용지에 워터마크를 새겨놨다는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

큐어난의 동향을 분석하는 팟캐스트 ‘큐어난 어나니머스’의 운영자 트래비스 뷰는 “내년 1월20일 바이든이 새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큐어난 추종자들의 인지부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
  • 김지연 '청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