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기 싫은지 이유 없이 응답자 현황과 전사평균값만 공개
2016년 도입, 조직장에게만 공개하다 2019년부터 본인에 통보
25일 김범수 의장과 전직원 간담회에서 언급할지 주목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유서를 남긴 것과 관련해 카카오 측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함께 일하고 싶다/일하고 싶지 않다’라는 동료평가 문항에 대해서도 카카오 측은 “직원 아이디어로 반영된 항목이며, 효용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카카오 직원들은 “동료간 불신을 조장한다”며 비판하고, 동종업계에서도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성과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동료 리뷰와 상향 리뷰를 모두 하는 다면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등급 통보 시 관련 피드백도 함께 전달한다.
직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피드백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그간 과제를 함께 진행한 동료들의 나에 대한 평가’ 결과가 포함돼 있다. 동료평가에서는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나요’(△함께 일하기 싫다 △함께 일하고 싶다 △상관없다 △판단불가 중 택 1), ‘이 사람의 역량은 충분한가요(1~5점)’ 등을 묻는다. 당사자에게는 각각의 응답자 백분율(%) 및 명수, 전사평균값을 통보한다.
앞서 카카오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유서’라는 제목으로 “사내 따돌림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됐다. 또 다른 작성자는 다음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평가시스템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측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문제의 동료평가 문항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2016년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도입한 문항으로, 시행 전에 직원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받았으며 도입 초기 반응이 좋아서 지속했던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직장(팀장급)에게만 (평가)결과를 공개했으나, 조직장과 본인이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취지로 2019년부터 본인에게도 결과를 오픈하고 있다”며 “이 역시 평가 설문을 통해 건의를 받아 변경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IT 업계에서도 해당 문항이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반응이다. 카카오 안팎에서도 해당문항이 응답자 수치만 통보할 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평가의 객관성이나 개선 자료로서의 활용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동료 및 리더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카카오와) 비슷한 문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고 평가문항도 다양하다 보니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 자체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 왜 싫은지에 대한 이유나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으니 개선의 노력보다는 동료에 대한 서운함과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대 IT업계 종사자는 “회사에서는 어떤 의미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에게는 상처가 될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카카오 측은 당장 해당 문항 수정을 검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매년 그렇듯 평가 제도 관련해 사내 의견 수렴 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반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전 재산의 절반인 5조원을 기부하는 것과 관련해 오는 25일 전 직원 간담회가 예정되된 가운데 이 자리에서 인사평가 논란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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