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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 꽃 피웠던 ‘신들의 도시’ [박윤정의 칼리메라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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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0 17:00:00 수정 : 2021-03-24 14: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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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테네
BC 3650년경 서양문명이 시작한 중심
도시 곳곳 찬란했던 문명의 유적들
시내 접어드니 언덕위 아크로폴리스
불 밝힌 파르테논 신전 밤에도 존재감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배울 때, 한국사와 세계사 연표가 한 장으로 되어 있어 서로 비교해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계사는 다시 서양사와 동양사로 나뉘거나, 좀 더 세분화해서 대륙별로 구분한 경우도 있다. 연표의 꼭대기를 보면서 어느 문명이 가장 먼저 태동했는가를 마치 경쟁 거리나 되는 듯, 나름 심각하게 찾아봤던 다소 유치한 기억이다. 그때는 세계사와 세계지리 책을 통해서만 여행을 했던 시절이라 그랬나 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여행이라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수천년 전 찬란했던 문명의 현장을 직접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세계사 연표를 보며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여행할까와 같은 실천 가능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코린트 유적.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이자 서구 문명의 중심지.

서양 문명의 시작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유럽사 연표를 올려다보면 고대 그리스가 맨 위에 있다. 기원전 3650년경, 그리스 본토로부터 가장 남쪽에 위치한 크레타섬에서 시작된 미노아 문명에 최초라는 타이틀이 달려있다. 이 미노아 문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그리스 신화와 얽혀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럽 (Europe)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된 에우로페 공주와 제우스의 이야기는 서양사에서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고대 그리스는 하나의 국가로서 그리스를 뜻하는 것이 아닌 각각 도시 국가들로 나누어 봐야 하기에 지금의 그리스와는 차이가 있다. 미노아 문명이 크레타섬에서 본토로 확장하다가 이후에 미케네 문명으로 패권이 옮겨가고, 다시 코린트(코린토스) 문명으로 이어진다. 그리스를 여행할 때 이들 문명이 꽃피웠던 장소들은 모두 중요하게 보존되어 있고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들 도시 국가의 문명들이 서양사 연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으레 인문학 기행이라고 하면 그리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고대 문명과 신화가 어우러져 있고, 문학으로서 비극과 희극이 탄생하고, 올림픽 제전이 열렸고, 유명한 철학자들이 활동한 곳. 그래서 그리스에 가면 뭔가 답을 찾을 것 같은 기대감이 앞선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5세기의 상징적인 아테네 사원 유적이다.

그리스 여행의 시작은 대부분이 아테네에서 시작한다. 아테네는 현재 그리스 수도이자 그리스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과 국제 항구가 있어 접근성이 좋다. 물론 크레타섬을 시작점으로 잡을 수도 있고, 불가리아와 터키 등 육로 접근성이 좋은 북부 도시 테살로니키(Thessaloniki)를 첫 번째 방문지로 잡을 수도 있다. 터키 서쪽 해안을 여행하다가 페리로 잠깐 이동하여 그리스 영토인 키오스(히오스)섬에 먼저 발을 들여놓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키오스를 관광하려는 목적이 아닌, 일정상 편의와 경제성을 고려한 것으로 터키와 그리스를 함께 여행할 때 키오스에서 아테네로 가는 나이트 페리를 이용하려 함이다.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상징성으로 볼 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테네가 여행의 시작이자 거점이 되는 것에 이견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로 가는 하늘 길은 한 번에 열려 있지 않다. 전세기로 직항편이 운항한 경우가 몇 번 있었을 뿐이다. 이스탄불이나 로마를 거쳐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아크로폴리스 야경. 아테네 시내로 접어들면 언덕 위로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이 야간 조명을 받아 밤중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번에는 로마를 경유해서 밤늦게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까지는 약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한가한 도로다. 낮시간에는 차가 밀려 한 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아테네 시내로 접어드니 언덕 위로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이 야간 조명을 받아 밤중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언덕 아래로도 거대한 신전 기둥 몇 개가 보인다. 제우스 신전이다. 이들 아테네 대표 유적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유적이 많은 도심을 함부로 개발할 수 없도록 한 엄격한 고도제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도심 교통체증은 세계에서 가장 안 좋은 수준이라고 한다. 아테네 도로 상황은 밝을 때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지금은 내일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제우스 신전.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 언덕 아래로도 거대한 신전 기둥 몇 개가 보인다.

아테네는 그리스 섬들을 포함한 전체 영토에서 볼 때, 거의 한가운데 지점에 있다. 이런 경우 여행자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든 아테네를 통할 수밖에 없다. 긍정적으로 보면, 앞으로 며칠간 아테네에서 머물기 때문에 당분간 숙소를 이동하는 불편은 없다. 반면 여러 차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 어제와 오늘 대륙이 바뀌면서 6시간 시차(서머타임 적용)도 부담이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 되어서 잠을 청한다. 문명의 시작을 찾아 떠나 온 그리스, 부디 착한 신들이 여행길에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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