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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 키트 사용 전제로 방역수칙 완화…당국, 오세훈 ‘서울형 상생방역’ 사실상 거부

입력 : 2021-04-14 07:00:00 수정 : 2021-04-14 07: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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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확진자 급증해 '4차 유행' 우려 / 정확도 낮은 자가검사키트 활용, 다중이용시설 출입 허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방역 당국이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전제로 유흥시설 등 방역수칙을 완화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주장을 사실상 거부했다. 

 

특히 언제든 확진자가 급증해 4차 유행이 우려되는 지금 정확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허가 신청조차 된 바 없는 자가검사키트가 정식 허가를 받더라도 그 용도는 요양시설 등 대규모 선제검사 시 보조 수단일뿐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 검사용으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항원검사 원리상,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지 않는 자가 검사 한계상 정확도를 높게 담보할 수 없는 편"이라며 "자가검사키트를 전제로 한 (다중이용시설) 출입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지금의 상황은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서 (자가검사키트 전제 다중이용시설 출입) 검토 단계로는 너무 이르다는 판단"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흥시설 등 업종별로 영업 제한시간을 완화하고 자가검사키트로 검사 후 출입을 허용하겠다며 이른바 '서울형 상생방역'을 발표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진단'은 정확도가 높은 검사법을 바탕으로 한 의료진의 판단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어 '자가검사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3~6시간이 걸리는 유전자 검사(PCR)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를 증폭하지 않고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시간을 15~30분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증폭 과정이 없어 미량의 바이러스는 검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항체는 감염 이후 5일 이상 시간이 지나야 형성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쓰는 제품들은 대부분 항원검사다.

 

실제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 연구팀에 국내에서 사용 중인 신속항원검사키트와 현행 진단검사(RT-PCR) 결과를 비교한 결과 신속항원검사키트의 특이도는 100%였지만 민감도가 17.5%로 분석됐다. 민감도는 실제 감염된 사람을 얼마나 잘 걸러내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민감도 17.5%는 실제 감염된 환자 10명 중 8명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지침에도 자가검사키트 허가를 신청한 기업이 없다. 이에 오 시장은 병원 응급실 등에서 의료진 등 전문가용으로만 허가를 받은 신속항원검사를 노래연습장 등에 시범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역 당국의 입장은 이런 서울시의 자가검사키트 활용 방안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원 단장은 "현재의 엄중한 환자 발생 상황이 의료인의 헌신과 여러 관계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해서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개발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 용도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상원 단장은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가 낮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검체 채취의 편의성을 높여 감염을 조기에 발견하는 보조적 수단의 장치"라며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으로 당초의 목적에 맞는 사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선제검사가 필요하거나 주기적인 검사와 후속 관리가 가능한 요양시설이나 장애인시설, 기숙사 등에서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단장은 "요양시설이라든가 기숙사처럼 전파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곳에서 검사를 해 양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선별해내는 목적"이라며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위한 목적으로는 현재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요양시설 등에선 주기적인 선제검사의 경우 진단검사법인 PCR 검사를 하되, 중간중간 감염 가능성이 큰 유증상자가 발생했을 때 예외적으로 신속항원검사 등을 활용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확도 문제는 반복·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방역 당국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상원 단장은 "바이러스 배출이 왕성하게 될 때 검사를 조금 더 용이하게 할 수 있고 반복적인 검사를 통해서 조금 더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정도의 원리"라며 "2번 활용한다고 해서 정확도가 2배로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항원검사는 애초 바이러스를 증폭하지 않기 때문에 양이 적으면 정확히 검출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 채취가 필요한데 숙달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정확하게 검체를 채취하기도 어렵다. 콧속(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확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침으로 하는 타액 검체는 활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장은 "비인두 검체가 아닌 비강검사를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정확도는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외국 연구에서도 비강 검사는 비인두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를 쓰더라도 최종 감염 여부를 판단하려면 결국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단장은 "자가검사키트 원리상 위양성(가짜양성) 반응이 적지 않게 나오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당연히 가택에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사용 이후 양성이 나왔는데도 PCR 검사를 받지 않거나 이를 숨길 우려도 있다.

 

이 단장은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정부에 적극 협조해서 스스로 신고하는 쪽으로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며 "양성이 나왔는데도 이를 통보치 않고 활동으로 인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점도 충분히 감안해 지침 적용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보완책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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