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관암 환자 121명에 종양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 시행
“유전자 돌연변이·병리 검사상 T 세포의 침윤밀도에 따라 달라져”
담관암은 발병률이 낮은 편이어서 일반인에게 아직 생소한 질환이지만, 굉장히 치명적인 암 중에 하나다. 특히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급격히 악화돼 간암과 함께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렇듯 예후가 좋지 않은 담관암 환자의 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인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연세대 의대 박영년 병리학 교수, 최혜진·김민환 종양내과 교수, 윤지훈 약리학 교수, 일산병원 김장미 병리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담관암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면역항암제 및 일반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인자를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국내 암 중 사망률 6위인 담관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개인별 암 진행 정도의 차이가 크다. 유방암, 폐암, 흑색종 등 다른 암은 많은 연구를 통해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담관암은 발병 기전과 발생 원인이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조기 검진 방법도 없다.
또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몸 속 세포·혈관·단백질·DNA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생화학적 지표)가 없어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선택해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에 내원한 재발성, 전이성, 절제불가능 담관암 환자 121명을 대상으로 종양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시행한 결과 KRAS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자 복제수 변이, T세포(면역세포) 밀도가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주요 인자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담관암 환자에서 KRAS, HER2, SMAD4 등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간내담관암 환자는 BAP1, IDH1/2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은 소담관 유형과 KRAS, SMAD4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은 대담관 유형으로 나눠졌고, 대담관 유형이 소담관 유형보다 항암제 반응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주목받는 항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48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병리 조직 검사상 종양을 침투하는 T세포가 많은 환자에서 인체 면역 세포의 활성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 반응이 좋았다.
반면 KRAS 돌연변이가 있거나, 많은 유전자 복제수 변이(유전체에 존재하는 반복되는 유전자의 수가 개체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를 가진 환자의 약 95%는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고, T 면역세포 밀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의 반응이 유전자 돌연변이와 병리 검사상 T 세포의 침윤밀도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했다”면서 “담관암에서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와 함께 다양한 병합 요법 개발 가이드를 제시해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암 분야 세계 최고 의학 저널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지난 21일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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