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휴대폰 특이점 없어…신발 나와도 입수 경위는 미궁
경찰이 최근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에서 범죄 정황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자 사망 원인을 밝혀줄 사실상 마지막 단서인 손씨의 신발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 4월 30일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한강 수중에서 양말만 신은 채 발견됐다. 이 양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는 상태였다.
경찰이 흙이 어디서 묻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토양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한강 둔치에서 약 10m 떨어진 강바닥의 흙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의 수심은 약 1.5m로 손씨가 서 있었다면 턱 위까지 물이 찰 정도의 깊이다.
양말에 묻은 흙은 한강변이나 둔치에서 5m 떨어진 강바닥 지점의 토양 성분과는 다르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손씨가 강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신발이 벗겨졌고 이후 익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씨 양말의 흙과 유사한 성분이 확인된 지점은 목격자들이 손씨로 추정되는 남성의 입수 지점으로 지목한 곳과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손씨 실종 당일인 4월 25일 오전 4시 40분께 한강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는 목격자 7명은 '한 남성이 물속으로 수영하듯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봤고, 시원하다는 듯이 낸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당시 이들이 본 입수자가 손씨인지는 정확히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추가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입수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중이다.
손씨 양말에 묻은 흙과 유사한 성분이 발견된 지점은 강바닥에 펄이 쌓여 있어 발이 빠지면 들어 올리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당시 일반적인 흰색 운동화를 신었는데, 발을 뺄 때 벗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지점의 유속 등을 고려했을 때 신발이 강물에 떠내려갔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반포한강공원 둔치 10m 부근의 유속은 초속 수㎝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다"며 "신발이 그 안쪽의 강바닥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고, 떠내려갔더라도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실제로 신발이 둔치로부터 10m 주변에서 발견된다면 손씨가 신발을 신은 채 강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도중에 신발이 벗겨졌다는 추론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신발이 어떤 형태로 파묻혀 있는지는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참고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발이 발견되더라도 손씨의 입수 경위까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친구 A씨는 과음으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손씨와의 만남 직후부터 약 7시간의 상황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둘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A씨 가족과 목격자 등 사건 관련자를 다각도로 조사한 경찰도 A씨에게 살인은 물론 과실치사 등 어떤 범죄 혐의점을 적용할 만한 의심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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