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에도 단호한 표현 탓 구설수
보수진영은 물론 여당서도 비난
‘오지 말라, 오지 말라.’
중미를 순방 중인 카멀라 해리스(사진) 미국 부통령이 과테말라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이 말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미국이 중미 국가를 지원할 테니 위험한 미국행을 택하지 말라는 취지였지만, 단호한 표현 탓에 보수진영은 물론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도 비난을 사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과테말라시티에서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미국행 여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오지 말라, 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한다”며 “미국은 계속 법을 집행하고 우리는 국경을 지킬 것이다. 국경에 도달하면 돌려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해리스 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미 NBC방송의 앵커 레스터 홀트는 그에게 “(어쨌든) 계속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당신 말을 믿겠느냐”며 “국경에 방문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느 시점에… 우리는 국경에 갈 거다. 가봤다”며 당황한 듯 답했다.
‘국경에 방문한 적 있느냐’는 공화당이 민주당의 이민정책을 비난할 때 자주 던지는 물음이다.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거듭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든 정부는 사실 이민자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공격해왔다. 인터뷰 말미에 앵커가 또 한 번 ‘국경에 가봤느냐’고 묻자 “나는 유럽에도 안 갔다. 난 당신 질문의 요지가 뭔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진보 아이콘’으로 통하는 푸에르토리코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수십년간 중남미 불안정화에 공헌했다”며 “누군가의 집에 불을 지른 뒤 여기서 뛰어나오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USA투데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5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에게 10억달러를 쥐여주며 이민자 문제를 맡겼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수류탄’(이민자 문제)을 넘긴 다음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내보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해리스 부통령의 앞날도 흐려졌다”고 평가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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