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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품에 안긴 홍범도 장군… “독립운동가 모시기 정치색 없어요”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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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1 11:52:22 수정 : 2021-08-21 14: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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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유해 국내로 모셔오기
지금 세대가 마땅히 해야할 일
자녀 손 잡고… 남녀노소 추모행렬
외교관계·현지 의견 등 변수도
지난 16일 홍범도 장군의 국민 분향소가 마련된 국립 대전현충원 현충문에 한 참배객이 붙인 메모. 대전=김동환 기자

서거 78년 만에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모셔온 ‘봉오동 전투’의 주역 홍범도(1868∼1943년) 장군의 국민 분향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에는 광복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온·오프라인 참배가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서너 살배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부터 지팡이를 짚고 온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행렬을 추모 제단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며 바라보는 한 중년 남성이 지난 16일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앞서 그는 홍 장군에게 경례하고 묵념과 방명록 작성으로 이어진 30초 남짓 참배를 마쳤지만, 자리를 떠나기 아쉬운 듯 보였다.

◆아이 아버지도, 중년의 참배객도… “앞으로도 계속 독립운동가 모셔와야”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남성과의 대화를 소개하기 앞서 두 딸과 부인을 대동하고 온 나천수(51)씨 얘기부터 언급해볼까 한다.

이날 경기 양평에서 출발했다는 나씨는 홍 장군 참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앞에서 가족과 셀프카메라 한 장을 찍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넨 뒤 ‘가족이 어떻게 함께 오게 됐느냐’고 묻자, 그는 홍 장군의 독립운동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으며, 유해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게 됐다고 미소와 함께 답했다. 아울러 흔쾌히 현충원행에 동의한 딸들과 부인에게도 고마워했다.

‘아직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유해가 많다’는 기자의 말에 나씨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유해 봉환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으로 국가가 소홀했던 역사적인 사안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타국에 흩어진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를 찾고 국내로 모셔오는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지금의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립 대전현충원 현충문. 대전=김동환 기자

10여분 후 눈길을 돌려보니 떠나기 아쉬운 듯 제단을 바라보다 기자의 인사에 미소 지은 중년 남성의 손에는 국화 다발이 들려 있었다. 자신을 50대라고만 소개한 그는 홍 장군 유해의 봉환이 국민의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에게도 ‘타국에 잠든 독립운동가가 많다’는 말을 건넸더니 “이제는 우리나라가 국력 등 많은 면에서 유해 봉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화답했다.

이 같은 유해 봉환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묻혀 지나쳤던 과거의 이야기를 후손에게 알리는 기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후세들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토대로 세계 무대를 자신 있게 누비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 후 들어설 차기 정부도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에 적극 나서주기를 주문했다. 독립운동가를 모셔오는 데는 정치색은 상관없다고 강조하면서 “선진국일수록 보훈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도 했다.

“백두산 호랑이, 날으는 홍범도 장군님께서 드디어 조국 품에 안기셨습니다. … 우리 후손은 당신의 뜻을 받아 통일된 선진강국을 일궈나갈 것입니다.”

너무 길어 방명록에는 차마 다 쓰지 못했다며, 쑥스러운 듯 기자에게 내밀어 보여준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홍 장군에게 건네려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해 봉환’ 중요하지만… 고려할 것도 많은 게 사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홍 장군의 유해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44위(位)의 독립운동가 유해가 우리나라에 모셔졌다. 해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사업은 1946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추진해왔으며, 75년부터는 보훈처가 주관하고 있다.

역사적인 측면 등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보훈처 등의 설명이다. 먼저 유해가 묻힌 국가와의 외교관계 등이 변수로 영향을 줄 수 있고, 현지 한인 지역사회에서 봉환을 어떻게 여기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하면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카자흐스탄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장군을 가장 사랑했던 고려인 동포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예를 갖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 장군은 현지 고려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신적 기둥으로 평가받아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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