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건너서” 한국어 교가 다시 두번 울려
박경수 교장 “고국 국민 여러분 응원·격려에 감사”

“한국에서 응원과 격려해주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일본 청소년 야구 꿈의 무대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재일 한국계 교토(京都)국제고 박경수 교장이 25일 말했다. 박 교장은 교토국제고의 쾌거에 대해 “교육은 행동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훈련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선수와 감독이 혼연일체가 돼 위기 상황에서도 정신력으로 극복했다”고 했다.
교토국제고는 24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16강전에서 도쿄 대표 니쇼가쿠샤(二松學舍)대학부속고에 10회 연장전 끝에 극적인 6-4 재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교토국제고의 이날 승리로 여름 고시엔에서 다시 두 번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두 번 울려 퍼졌다.
봄·여름 고시엔에서는 대회 전통에 따라 경기 초 시합하는 두 팀 교가를 제창한 뒤 경기 종료 후 승리 팀의 교가를 다시 한 번 부른다. NHK를 통해 한국어 교가는 전국에 두 차례 생중계됐다. NHK는 교가 방송에 앞서 “교토국제고 교가는 한국어”라고 설명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예선전을 포함해 3603개 고교가 도전한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에 처음 진출해 전국 8강에 우뚝 섰다. 지난 3월 일본 야구 역사상 외국계 고교로는 처음으로 제93회 선발(選拔)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은 뒤 1차전 승리 후 16강전에서 9회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1회초 먼저 한 점을 내준 뒤 5회초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6회초 홈런 두 개를 모아 3점을 뽑아 4-1로 앞서갔다. 야구는 9회말부터라는 말처럼 9회말 3점 홈런에 4-4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으나 10회초 안타와 에러를 묶어 2점을 만들어 6-4 역전에 성공해 결국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발대회(봄 고시엔)에서 (16강전 역전패로) 분했던 마음으로 (여름 고시엔 첫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다음 경기를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내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며 “봄 이래의 연습을 통해 이겨냈다. 앞을 향해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1947년 개교,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지난 3월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봄 고시엔 무대를 밟은 데 이어 다시 여름 고시엔 무대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일본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대표하는 49개 팀(도쿄와 홋카이도는 2개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일본 청소년 야구의 최고봉이다. 각 지역 대회에서 녹다운 토너먼트로 우승한 팀이 출장했다. 교토국제고의 역사적 4강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8강전은 26일 오전 8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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