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에살며] “한국 최고의 음식은 치킨”

관련이슈 한국에 살며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10-20 22:54:43 수정 : 2021-10-20 22:54: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9년 나는 남편을 한국 유학 중에 만나 장거리 연애를 거쳐 올해 결혼했다. 연애 기간은 2년이 넘는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는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국제결혼 절차는 국내결혼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았다. 서류를 하나씩 준비하며 무사히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짜 결혼이 아니라는 증명부터 신원보증까지 생소한 서류의 이름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졌다. 코로나로 인해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많았다. 특히 나는 일본에, 남편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관련 서류를 국제우편을 통해 보내야 했기에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그러다가 10월 1일 이후 일본에서 한국에 입국을 희망하는 사람 중 조건이 충족되면 격리면제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9월 초 격리로 통제됐다가 갑자기 풀린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로 인해 수시로 방역조처가 바뀌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확인은 필수였다.

나는 사실상 이민이었기에 은행 계좌 유지, 보험 지속 여부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았다. 은행 계좌나 보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남편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최대한 설명은 했지만 일본과 한국의 제도가 다르다 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씩 풀어 나갔다.

다른 나라로 이주해도 별문제 아니지 않은가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손을 내밀면 잡히기라도 할 듯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 않는가. 여행으로 가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 한국에서 기다려주는 남편, 두 나라에 좋은 가족이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결혼 후 일본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온 한국 공항, 북적거리던 공항의 예전 모습과 달랐다. 남편이 마중 나왔다. 매일 영상통화는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어색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우려했던 생각은 곧 사라졌다. “우리 잘 버텼어!”

남편은 예전처럼 내게 무엇을 가장 먹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정말 많았다. 단연 치킨이다. 매콤하고 바삭한 맛의 치킨은 감동 그 자체다. 일본에도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는 치킨 맛은 이상하게 다르다. 맥주를 마시며 치킨무를 먹을 때 “행복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본격적인 한국 생활은 이제부터다. 그런데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청소다. 남편은 바쁘기도 하지만 정리정돈을 정말 못한다. 책을 보면 한쪽에 쌓아두고, 물건을 쓰면 어지럽게 여기저기 둔다.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도대체 정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제 남편 혼자 사용하던 작은 침대를 우리 둘이 사용할 큰 침대로 바꾸려고 한다. 예쁜 커튼도 사고, 잘 꾸미고 싶다. 요즘엔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소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자주 검색한다. 어느덧 주부가 다 됐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문제가 닥치면 당황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드디어 제2인생이 시작됐다. 새로운 일들로 불편한 것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다짐해 본다. “파이팅, 하루카!”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