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육 수준·수입이 대입 좌우
광역시 출신이 시·군·구보다 유리
女보다 男 성과 좋아 기회 불평등
“지역별 최소 선발 인원 지정해야”

가구의 소득 수준이 낮으면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최소 7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교육 수준과 수입 등이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개천용 신화’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2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조세 재정 브리프-대학 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 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에서 주병기 서울대 교수 등 연구진은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GOMS)의 대학 진학 성과 자료를 이용해 2000∼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12개 집단의 ‘지니 기회 불평등도’(GOI)와 ‘개천용 기회 불평등도’(RRI)를 분석했다.
이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출신 지역 등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타고난 환경요인이 개인의 성취에 불리하게 또는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연구 결과 가구 환경 간 대학 입학 성과의 기회 불평등은 모든 연도에 걸쳐 뚜렷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교수는 “가구 환경이 좋을수록 대학 입학 성과에 우월한 기회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신 지역 간 불평등은 광역시가 시·군·구보다 우월한 확률분포를 보였지만 수도권과 시·군·구, 또는 수도권과 광역시 간에는 기회 불평등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도 나타났다. 남성의 대학 입학 성과가 여성보다 좋아 성별 간 기회 불평등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조사 기간(2000∼2011년) 전체에 걸쳐 기회 불평등도가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기준으로 측정한 ‘개천용 기회 불평등도’의 경우에는 절대값이 2010년 전후 0.7까지 올라갔다.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대학은 대학순위 상위 5개 대학과 전국의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이다.

주 교수는 “이는 소위 명문대 진학에서의 계층 간 격차가 매우 커서 출신 가구가 최하위 계층일 경우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 불평등 때문에 명문대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수시와 정시전형의 불평등 차이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전형에서 가구 환경 간 기회 불평등도가 정시전형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두 전형 간 격차가 조사 기간 지속해서 감소했다. 보고서는 “두 전형을 정확하게 비교하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시모집 비중이 25%에 못 미치는 지금도 정시의 기회 불평등도가 수시보다 낮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수시전형에서 지역 간 그리고 가구 환경 간 개천용 기회 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은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현행 지역균형선발이 지역 균형이란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계층 간 기회 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작음을 말해준다”며 “고교 유형에 따라 내신 성적을 차별 반영하는 현행 선발방식을 학생부 교과전형 방식으로 바꾸고, 선발 결과의 지역 균형성이 확보되도록 지역별 최소 선발 인원을 지정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