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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숨진 ‘격투기 취미’ 조카… 정말 인과관계 없나요” [심층기획]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12-04 22:00:00 수정 : 2021-12-05 1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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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두 번 우는 피해자들

신고 된 이상반응 53만5101건에 달해
심혈관계 손상 등 심각한 증상도 많아
사망 신고 원인은 급성심장사가 최다
신고 건수에 비해 인정비율 극히 낮아
같은 질병에도 사례마다 기준 달라져
가족들 백신 불신에 논란 갈수록 커져
정부, 알수 없는 부작용 인정에도 불구
연관성 근거·의심 확인돼야 보상 입장
인과관계 밝힐 능동감시체계 구축해야”
#1. 20대 조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40여일 뒤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기저질환도, 지병도, 가족력도 없습니다. 취미가 격투기일 만큼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사망 이틀 전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마지막 저녁까지도 평소처럼 친구를 만났습니다. 병원에서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과연 백신 영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의문과 의심을 뿌리칠 수 없습니다.

#2. 30대 남성입니다. 15년간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해왔고, 기저질환도 없습니다. 지난 8월 화이자 2차 접종 뒤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고, 각종 검사 결과 허혈성 흉통, 심낭염과 심근염 판정을 받았습니다. 뉴스를 보면 심근염, 심낭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려지지만, 심장이 아파 걷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부작용이 생기면 국가에서 책임지고 보상과 치료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망망대해 혼자 버려진 것 같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글들이다. 이들 외에도 백신 접종 후 뇌출혈, 급성백혈병, 사지 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9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백신 이상반응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코로나19 유행 확산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입으로 어느 때보다 백신 접종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백신 이상반응을 둘러싼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접종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상반응 509건만 인정… “백신 아니면 이유가 뭐냐”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신고되는 이상반응은 다양하다.

지난달 25일 기준 신고된 이상반응(중복 포함)은 53만5101건에 이른다. 두통(9만2609건), 근육통(8만8469건)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다수지만 여성 이상자궁출혈, 급성마비, 급성 심혈관계 손상,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심각한 증상을 신고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중 가장 많은 원인은 급성심장사이다. 이어 허혈심장질환, 뇌졸중, 패혈증 등이 뒤를 잇는다. 중증은 뇌졸중, 허혈심장질환, 폐색전·심부정맥혈전 순이었다.

1∼39차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에서 검토한 중증 이상반응 3658건 중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509건이다. 사망 2건은 혈소판감소성혈전증(아스트라제네카)과 급성심근염(화이자) 1건씩이다. 중증은 혈소판감소성혈전증 2건(아스트라제네카)과 뇌정맥동혈전증(아스트라제네카), 발열 후 경련으로 인한 혈압 저하(아스트라제네카), 급성심낭염(화이자) 총 5건이 인정됐다. 나머지 502건은 아나필락시스다.

전체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 인정 비율은 극히 떨어진다. 신고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또 같은 심근염·심낭염이라도 어떤 사례는 인정되고, 어떤 사례는 인정 안 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급성심장사, 뇌졸중 등이 “백신과 관련성이 없다고 100%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평소 건강하고, 기저질환도 없는데, 백신 외 다른 원인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왜 아니라고만 하느냐”는 것이다.

유가족은 가족 사망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중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이들은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도 나왔던 안모씨는 아내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석 달간 나온 병원비가 7000만원에 달했다. 수개월의 노력 끝에 겨우 ‘의심은 되지만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4-1)로 판정돼 치료비 지원 대상이 됐지만, 액수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부 “근거 있어야… 확인되면 소급 보상”

정부는 백신과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가 있거나, 연관이 있다는 의심이 확인돼야 지원과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나타난 것일 뿐, 백신이 뇌졸중이나 백혈병을 일으킬 만큼 고도의 약물은 아니라는 점이 그 근거다.

심근경색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전에도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았다. 2002∼2013년 응급 심정지로 5973명이 사망했는데 4.8%인 290명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또 환자도 자신의 병증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한 사망 사례는 백혈병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추가로 인과성이 확인되는 이상반응이 있다면 소급해 보상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는 알 수 없는 백신 이상반응을 밝혀내고,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26일 열린 첫 포럼에서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고기반의 수동감시와 숨겨진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능동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올해 특별히 늘어난 질환이 있는지, 아주 작은 질환 발생률이라도 늘어난 것이 있다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낮은 빈도라도 증상이 나오면 인과관계를 따져본다”며 ”해외에서 인정된 것은 인정해주는 등 신속하게 판단하고 보상해줘야 가슴 아픈 억울함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과성 부족해도 의심되면 의료비 지원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어떤 경우에 보상하고 있을까.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기준은 5가지로 구분한다. 이는 국제적으로 동일하다. △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3가지 경우가 피해보상 대상이 된다. 대표적 백신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인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지만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심근염, 심낭염, 길랑-바레 증후군, 면역 혈소판감소증 등은 의료비 지원 대상이다. 지원액은 최대 3000만원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와 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는 보상이나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진료비 지원을 받으려면 △진료비 및 간병비 신청서 △코로나19 예방접종 받은 사람의 신분증이나 보상대상자와 신청인의 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 △의료기관이 발행한 진료확인서 △진료비영수증 △진료비 상세내역서 △본인부담금이 30만원 이상인 경우 의무기록사본 △예방접종 전 3개월 이내의 의무기록사본을 구비해야 한다.

 

사망보상금 신청 시에는 △사망일시보상금 및 장제비 신청서 △사망진단서 △부검소견서 △보상금 신청인이 유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이상반응 신고자 중에는 신청 시 부검소견서가 있어야 하는지 몰라, 부검 없이 화장을 해버려 사인을 규명할 길이 없어졌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본인 또는 가족이 관련 서류를 보건소에 제출하고, 보건소는 서류에 이상이 없으면 지자체로 서류를 보낸다. 지자체 역학조사담당관은 예방접종 피해 관련 기초조사를 한 뒤 피해보상신청 서류에 기초조사 결과와 의견서를 첨부해 질병청에 제출한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자체에서 받은 기초피해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통해 인과성과 보상 여부를 결정한 뒤 지자체에 통보한다.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다시 관련 자료를 검토해 최종 보상 액수가 결정되면 신청인에 지급된다.

 

가끔 지자체 기초조사 결과와 피해조사반 결론이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신속대응팀에서 백신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망은 22건, 중증은 63건이었다. 피해조사반 인정은 사망 2건, 중증 5건이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피해조사반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 지자체에서보다 더 많은 자료를 근거로 판단한다”며 “시간적 개연성, 사례 문헌 등으로 결정되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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