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인류학으로 보는 동아시아/가미즈루 히사히코 외 3명/박지환 옮김/도서출판 눌민/1만8000원
조선 시대와 한국 사회는 친족끼리의 혼인을 ‘내혼’이라고 규정하고 엄격히 피해왔고, 겹사돈혼 역시 금지돼 왔다. 반면 일본의 경우 헤이안 시대 이래 사촌 간 결혼을 포함해 친척 간 결혼이 적지 않게 이뤄져 왔다. 예물과 혼수품 준비의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신랑 측은 신부 측에 예물을 보내는 반면 신부 측은 가재도구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책 ‘문화인류학으로 보는 동아시아’는 동아시아의 구체적인 문화적 특징을 통해 문화인류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사고방식을 다룬 개론서이다. ‘현장 연구’, ‘민족지’, ‘문화 상대주의’, ‘교환’과 같은 문화인류학의 기본 개념과 방법론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한편, ‘가족과 친족’, ‘종교’, ‘젠더와 섹슈얼리티’, ‘식민지주의’, ‘이민’, ‘초국가주의’와 같은 문화인류학 연구 분야들을 동아시아와 연결해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엇비슷하게 구분돼 왔다고 분석한다. 즉, 남성은 가정 바깥에서 활동하는 ‘바깥어른’(한국), ‘고슈진(主人, 일본)’으로, 여성은 가정 영역을 주도하며 각각 ‘안주인’(한국), ‘카나이(家內, 일본)’로 각각 불려왔다.
다만 최근에는 성 구분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변화 역시 감지된다. 한국은 아직 ‘남, 여’로만 구분되지만, 일본에선 지자체를 중심으로 성별란 표시에서 ‘남, 여’ 외에도 ‘기타’라는 성별란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책을 읽고 있자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론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아오키 에리코의 문화인류학 정의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문제시하고, 당연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꿔나가는 것”이라는.
결국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맥락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대결과 경쟁이 아닌 다양성과 공존의 동아시아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겠다. 2017년 일본 쇼와도(昭和堂)출판사에서 출간한 ‘동아시아로 배우는 문화인류학’을 완역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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