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은 ‘직지심체요절(直旨心體要節)’이다. 정식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줄여서 ‘직지심체요절’, ‘직지’ 등으로 불린다.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 발간한 ‘직지’는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1455년 인쇄)보다 78년 앞섰다고 알려져 있다. 1972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았다. 현재 프랑스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금속활자장은 인쇄문화의 백미로 불리던 금속활자의 전통을 이어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어 각종 서적을 인쇄하는 장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임인호(57)씨는 지난 2016년 직지를 금속활자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임 활자장은 1984년 목판에 글씨를 새기는 서각을 해오다 1996년 제1대 금속활자장인 오국진 선생을 스승으로 만나면서 금속활자와 연을 맺었다. 스승이 타계하고 나서 2009년부터 그 뒤를 이어 제2대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로서 금속활자 복원에 매진했다. 2011년 청주시로부터 ‘직지’ 복원사업을 의뢰받았다. 고려시대 사용했던 전통 금속활자 주조법인 밀랍주조법을 천연재료만 사용해 5년간 직지 상·하권 78장의 글자 3만여 자를 완성해야 했다. 기존에 밀랍을 이용해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활자가 15자 내외로 소량이었다. 각고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대량으로 활자를 주조하는 방법을 터득해 금속활자 직지의 3만여 글자를 모두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온 정성을 기울여 그가 완성한 활자의 정교함과 섬세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천연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적절히 맞추는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렵게 활자를 만들었는데 인출(인쇄)과정에서 글자가 흐리게 나오면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수천 번 포기하려고 했을 만큼 인고(忍苦)의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복원에 성공하면서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임 활자장은 “완성된 금속활자를 납품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억이 끊어졌다. 그리고 10일간 하반신이 마비돼 버렸다. 병원에서 어떤 원인도 찾지 못했다. 한방치료를 받은 후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직지 복원과 목숨을 바꾼 것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했다.
청주시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서는 정기적인 금속활자 주조 시연이 열린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다. 신기해하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문화가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임 활자장은 “인쇄문화가 곧 기록문화다. 황토와 모래, 물, 밀랍 같은 천연재료만으로 금속활자를 만드는 기술은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현대의 기술로 측정할 수 없는 선조의 지혜와 혼이 담긴 금속활자 주조법을 지키고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것을 삶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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