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이 폭등하고, 세계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일제히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연초 치솟은 국제유가 등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대폭 올렸다. 지난해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가 1년 전보다 49만개 이상 늘어났지만 30대는 일자리가 줄었다. 숙박·음식업에서는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일자리가 3만개 가까이 감소하는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우크라 침공’에 북해산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개시 발표 직후 급등해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것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천연가스 선물도 이날 유럽 시장에서 1000㎥당 1400달러(약 168만원) 가까이로 약 35% 뛰어올랐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35% 이상 오른 유럽 천연가스 등 러시아 침공이 확대될 경우 에너지 가격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유가가 폭등한 것은 러시아가 하루 500만배럴 규모 원유를 수출하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전 세계 교역량의 12%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은 천연가스의 약 3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미국이나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 원유수출이 정체되고 수급에 압박을 넣을 것이란 우려가 시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위험 회피 심리가 다시 커지면서 국제 증시도 급락했다.
전 거래일 대비 30.25포인트(1.11%) 내린 2689.28에 출발한 코스피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달으면서 낙폭을 키웠고, 결국 70.73포인트(2.60%) 하락한 2648.80에 장을 마치며 7거래일 만에 2700선을 내주고 말았다. 아울러 지난달 27일(2614.49) 이후 약 한 달 만에 종가 기준 최저 수준으로 지수가 떨어졌다. 코스닥의 낙폭은 코스피보다 더 큰 3.32%(29.12포인트)로 848.21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1.81%)와 중국 상하이(-1.70%), 대만 가권(-2.55%) 홍콩 항셍지수(-3.21%) 등도 모두 새파랗게 질렸다.
유럽 증시도 급락하며 출발했다. 영국 FTSE100 (-2.83%)와 프랑스 CAC40(-3.87%), 독일 DAX30(-4.12%)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3~4% 급락하며 개장했다. 미국 뉴욕 증시는 개장을 앞두고 나스닥100 선물이 3% 가까이 급락했다. 이번 사태의 원흉인 러시아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됐다. 군사작전 개시 직후 거래가 중지됐다가 재개된 러시아 RTS 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49.99%나 하락하기도 했다.
위험회피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과 금값은 급등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0.50원 오른 1202.50원으로 1200원대를 넘어섰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제 금 가격도 1% 넘게 올라 온스당 1942.3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은 폭락했다. 가상화폐 시장 ‘대장주’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6시 기준 5%대 하락을 보이며 4200만원 후반에서 4300만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7~8%대 급락하며 300만원선이 깨지며 290만원대에 거래됐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 2위가 모두 흔들리자 나머지 ‘알트코인’들은 최대 15%까지 급락하며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주저앉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고물가 시대’ 예고
한은은 연초 치솟은 국제유가 등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대폭 올렸다.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2.0%보다는 1.1%포인트나 치솟았고, 지난 1월 이주열 한은 총재가 물가설명회에서 언급한 2% 중후반보다도 높다. 한은이 연간 3%대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한 것은 2012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 이은 3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3%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금년 중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난 11월과 동일하게 올해 3%, 내년 2.5%를 유지했다.
◆임금근로 일자리 49만개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가 1년 전보다 49만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0대 이상 일자리가 증가분의 절반에 달하고 30대는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연령대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아울러 숙박·음식업에서는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일자리가 3만개 가까이 감소하는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1년 3분기(8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1959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만1000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를 제외한 전체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임금근로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1만2000개 줄었지만 60대 이상에서 24만3000개 늘면서 일자리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3분기 일자리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가 60대에서 발생한 셈이다. 그 외 50대 일자리는 16만개, 20대 이하는 6만3000개, 40대는 3만6000개 늘었다.
30대에서만 일자리가 감소한 건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데다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제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회복세도 더디기 때문이다. 반면 60대 이상의 경우 인구가 늘고 있고, 정부의 일자리 사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60대 이상은 2018년 1분기 통계 작성 이래 줄곧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면서 “정부 일자리 사업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60대 이상 인구 자체가 늘고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13만7000개), 건설업(7만6000개), 정보통신(7만2000개) 등에서 1년 전보다 일자리가 증가했다. 일자리 비중(21.1%)이 가장 큰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5만3000개 늘었다. 제조업에서는 전자통신(1만9000개), 전기장비(1만5000개), 자동차(1만1000개) 등은 증가했지만 기타 운송장비(-8000개), 섬유제품(-4000개), 화학제품(-3000개) 등에서는 감소했다. 도소매업 일자리는 6만3000개 늘었는데 무점포 소매(2만2000개)가 많아진 영향이 컸다.
반면 공공행정(-3만개), 숙박·음식(-2만9000개), 운수·창고(-6000개), 예술·스포츠·여가(-4000개) 등에서는 일자리가 줄었다.
◆오늘 녹실회의서 우크라이나 사태 동향 점검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상황별 대응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향후 제재에 따른 수출 애로 현실화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석유 등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공급 차질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체 물량 확보 등 비상조치를 바로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북해·중동산 석유,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콜롬비아 석탄, 카타르·호주·미국 가스 등 대체 도입과 정부 비축유 방출, 국제공동비축 우선 구매권 확보 등도 추진한다.
곡물의 경우에도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면 사료 원료 배합 비중 조정, 안전재고 일수 30일 확대와 정책금리 인하 등 업계와 정부 차원의 조치를 즉시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 일일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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