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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무대 보여준 세기의 피아니스트 짐머만

입력 : 2022-03-03 13:49:09 수정 : 2022-03-03 19: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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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순회 연주에서 완벽한 연주로 명성을 입증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도이치그라모폰 제공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프렐류드, 바흐의 파르티타, 그리고 브람스의 간주곡까지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최고의 순간은 역시 쇼팽이었다. 긍지 높은 행진곡풍의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1악장이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공연 표기: 짐머만) 손가락 끝에서 건반을 통해 화려한 꽃처럼 피어올랐다. 수도승처럼 완벽한 무대를 위해 일생을 정진한 피아니스트가 찾아낸 쇼팽 음악의 비의(秘義)는 형언하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지난 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객석에 전달됐다. 

 

1975년 쇼팽콩쿠르에서 열여덟 살 나이로 우승한 지메르만은 별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은, 그저 최고의 피아니스트다. 대신 기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연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명성만큼이나 많은 일화를 쌓았다. 완벽한 연주가 아니면 녹음으로 남길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발매된 자신의 앨범을 다시 몽땅 사들여 폐반시켰다. 피아노를 연주할 뿐만 아니라 그 메커니즘과 음향을 연구하며 그렇게 찾은 최상의 피아노, 피아노 액션을 세계 투어에 공수해 다닌다. 미국 공항에서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애지중지하던 피아노가 소각당하는 불상사도 당했다. 어느 연주 여행 때는 무려 5주 동안 자신의 피아노가 실린 밴에서 함께 잠을 청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까지 있다.

 

그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지메르만은 지난 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객석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는 연주를 선사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선 그는 폴란드 음악 전통을 20세기에 이어간 카롤 시마노프스키 프렐류드 1, 2, 7, 8번과 마주르카 13∼16번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섬세한 연주와 완급 조절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음의 여운이 여느 때보다 깊게 느껴졌다. 지메르만의 독보적 연주력이 또렷하게 빛나기 시작한건 이어진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연주였다. 풍성하나 명징한 선율 속에서 왼손과 오른손의 조화가 도드라졌으며 빠른 속도에서도 연주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브람스의 만년 명작인 세 개의 간주곡으로 시작한 2부에선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지메르만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 자신이 도달한 경지를 보여줬다. 표현과 색채, 기교의 폭 모두 감탄스러웠다. 같은 곡을 1일 감상한 나성인 평론가는 “4악장은 듣는 이들을 압도하는 초절기교의 속주였다. 이 한 곡만으로도 지메르만이 왜 우리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찬사를 받는지 알 수 있었다”고 찬탄했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 쏟아지는 갈채에 화답하는 거장의 모습에선 앙코르를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두 손 모아 얼굴에 갖다대며 ‘잠자야 한다’고 표현하는 등 따뜻함이 느껴졌다. 평소 무대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지메르만은 좀처럼 끝날 기미 없는 기립박수에 손하트를 보내며 관객과 친근하게 소통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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