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반포자이 84㎡ 공시가 16% ↑
상승분 반영 땐 보유세 2414만원
작년 기준 적용해 1719만원 부과
부담 큰 다주택자 조세저항 우려
국회 처리과정서 수정 가능성 커
당분간 주택시장 혼선 불가피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7%가량 올랐지만 정부의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부담 완화 방안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액은 지난해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이 19% 이상 급증한 탓에 보유세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다주택자의 경우 부담 완화 장치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번 대책이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가구 1주택자(올해 6월1일 기준)의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를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재산세와 종부세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세목별로 보면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다. 정부는 지난해 시행된 재산세 특례세율(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구간별로 세율 0.05%포인트 감면)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주택의 93.1%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지난해 6월 기준 1가구 1주택) 주택의 경우 올해 재산세가 2020년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납부 대상 주택은 보유세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기준 공시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과세표준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95%)보다 5%포인트 오른 100%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22억4500만원에서 올해 26억500만원으로 16.04% 오르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이 적용돼 올해 보유세는 1719만원 부과될 예정이다. 지난해 보유세(1653만원)보다 3.99%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2414만원)와 비교하면 46.5%의 보유세 감세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이 밖에 총급여 7000만원(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세액 100만원 초과 조건을 충족하는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납세 담보 제공 시 양도·증여·상속 전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재산세 과표가 동결되면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역시 감소 또는 동결될 예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다주택자에겐 부담 완화 방안이 적용되지 않아 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반포자이 전용 84㎡와 광장현대 전용 84㎡ 2가구를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보유세가 8814만원이었는데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1억1668만원의 보유세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비 보유세가 32.4% 오르는 셈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여지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해선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해 과세표준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국회 논의에 따라 보유세 적용 공시가격 기준 시점이 2020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방안이 추가될 수 있다.
보유세 완화로 인한 주택시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집값 고점인식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주택 구매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주택 매입 환경이 악화한 상황”이라며 “보유세 완화가 집값 안정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세 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줄여 실수요자 주택보유 관련 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1주택 교체수요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에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세 혜택이 1주택자에 한정되고, 고가 1주택인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심리가 강해지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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