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31)가 20년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주장이 온라인 공간에서 제기됐다.
인천지검 형사2부는 지난 30일 살인 혐의로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수배한다고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가평의 한 계곡에서 이씨 남편 A씨(사망 당시 39세)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다이빙’을 하도록 유도하고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런데 이씨가 지난 2002년 3월 당시 유명 프로그램이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에 출연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형편이 어려운 시청자들을 찾아가 집을 개조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13세 소녀가 가평 익사 사건 용의자인 이씨일 가능성이 있다.
당시 이 소녀는 장애를 가진 부모와 함께 출연했고, 소녀의 부모는 국가보조금 45만원을 받아 한달을 버틴다며 어려운 사정을 고백했다.
어린 소녀는 “부모님의 휠체어를 보관하느라 제 방을 쓸 수 없다”면서 “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는데 제 잠버릇이 심해서 죄송하다”고 해 MC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소녀는 방송 말미 새집처럼 보수가 끝난 집을 보고 기뻐했고 “저도 나중에 커서 받은 만큼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다짐했다.

◆방송 통해 재조명된 ‘가평 계곡 남편 살인사건’… 3년 만에 재수사 배경은?
이른바 ‘가평 계곡 남편 살인사건’은 지난 2020년 10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씨의 ‘러브하우스’ 출연설도 이때부터 나돌았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이씨의 남편 A씨는 2019년 6월 아내 등 6명과 함께 가평 용소계곡을 찾았다가 4m 높이 절벽에서 ‘다이빙’한 뒤 사망했다. 검찰은 이씨 일행이 A씨가 물에 빠진 사실을 알고도 구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이씨와 결혼 이후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그는 결혼 전 3∼4억원 정도 재산을 모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2016년 결혼 후 채무 독촉에 시달렸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급기야 2018년 개인회생 신청까지 한 그는 이씨와 조씨에게 배가 고프다며 3만원과 7000원을 좀 보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친구에게는 “라면하고 생수 사 먹게 3000원만 입금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친구는 A씨에게 10만원을 입금했고, A씨는 9만7000원을 친구에게 바로 (송금) 돌려줬다.
A씨는 ‘귀신헬리콥터’라는 은어로 불리는 불법 장기매매를 시도했고, 인터넷에 등산용 로프를 검색해 구입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사실도 알려졌다.
A씨가 숨진 시각은 그가 피보험자였던 보험의 효력이 사라지기 불과 4시간 전이었던 사실도 의문을 더했다. 보험은 미납으로 인해 수차례 실효가 정지됐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생전 A씨는 자기 자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내가 죽으면) 보험금이 나온다.. (은해가) 이걸 알아야 보험금 탈 텐데…”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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