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사동 루프탑 한식 레스토랑 스페이스오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바로 한국 전통 소주와 일본 전통 소주라고 불리는 본격(本格) 소주 비교 시음회다. 이번 행사는 인페인터 글로벌(대표 박성희)이 주최한 것으로 일본 사케 소믈리에인 기키자케시 자격을 지닌 주조 가즈오(中條一夫)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과 안동 진맥소주를 제조하는 박성호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한·일 간 전통 소주는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일까.
일단 소주라는 한자에서 다소 다른 면을 보인다. 조선왕조 실록 등에 기록된 소주(燒酒)라는 한자를 보면 ‘불사를 소(燒)’에 ‘술 주(酒)’를 쓰고 있다. 불이 가진 열을 통해 증류를 하는 만큼 구워낸 술이라는 뜻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일본도 이 불사를 소(燒)는 사용하는데 뒤에 오는 주(酎) 자가 다르다. 바로 ‘진할 술 주(酎)’를 사용한다는 것. 여기에 두 번 빚은 술, 전국 술이라는 뜻도 같이 사용된다. 한국의 소주에도 진할 술 주(酎)를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데, 우리 문헌에 없는 것을 봐서 일제강점기 시절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재료 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 소주가 주로 쌀이 중심이 된 쌀소주가 많다면, 일본은 고구마 소주, 보리소주, 그 다음에야 쌀소주가 있다. 쌀이 주산지인 니가타 등에서는 주로 사케를 빚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슈를 중심으로 한 남쪽 지역에서는 보리 및 고구마가 주산지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가고시마의 경우 바로 옆에 사쿠라지마(桜島)라는 활화산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화산재가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땅 위에 자라는 작물보다는 땅속의 작물이 재배하기 유리했고, 그래서 고구마 등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 고구마로 소주를 만들면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해서 인기가 높지 않았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은은하며 잔잔한 제품들이 계속 개발, 이제는 일본 소주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쌀 소주가 많은 이유는 한때 희소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쌀소주는 거의 없었다. 쌀로 소주를 만드는 것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전통주 관련 무형문화재 지정에 90년도 후반부터 조금씩 쌀소주가 등장했다. 지금도 쌀소주 자체가 기존의 초록색병 희석식 소주와 가장 구별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원료로 만드는 소주도 등장, 소주가 가진 다양성을 알리고 있으며 대표적인 제품이 밀로 만든 안동 진맥소주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면에서는 다소 유래를 달리한다. 한국은 몽골을 통해 증류 기술을 받았고, 일본은 가고시마의 사쓰마번(薩摩藩)이 오키나와를 점령, 오키나와의 아와모리(泡盛) 소주의 기술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고시마 고구마 소주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다만, 조선왕조 실록에는 대마도에 소주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날 행사는 한국과 일본의 소주 대결이라기보다는 전통 술 문화를 향유하는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한 나라의 전통주는 만국 공통어라는 것. 알고 보면 세계평화는 술 한 잔에 달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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