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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에 밀려… ‘불타는 지구’ 여전히 미래세대 몫으로 [심층기획-기후도 票가 되나요?]

, 선거 , 세계뉴스룸 , 환경팀

입력 : 2022-05-23 18:07:27 수정 : 2022-05-23 22: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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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인식’ 3년 전과 비교해보니

대기 CO₂ 농도 410ppm→417.48ppm 올라
나날이 온난화 심화… 머리로만 “심각”
1년 내 당면 과제로 ‘경제 성장’ 꼽아
기후 위기, 남녀·세대 갈등과 후순위
행동하는 기후 유권자도 2.9% 불과

우리는 언제나 기후변화를 걱정했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그리고 2022년 현재도 한국인은 모든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문제는 설문지를 제출하고 현실로 돌아와 다른 여러 현안과 마주하게 되면 기후변화에 내줄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2019년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이라는 기획기사에서 생각과 마음이 따로인 상황을 짚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르는 사이 2050 탄소중립이 선언되고, 강화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나왔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니 하는 용어도 흔하게 들린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 그만큼 커진 탓이다.

우리의 위기 의식도 달라졌을까.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절박감은 지도자를 뽑을 때 민심으로 표출되고 있을까.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에서 확인한 결과는 ‘더 뜨거워진 지구, 미지근한 관심’이었다.

◆아직도 “기후위기는 먼 훗날 과제”

지난 19일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가 기록상 가장 더운 7년이었다고 발표했다. 더 불행한 사실은 지난 7년이 다가올 미래엔 가장 시원한 7년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2019년 410ppm을 갓 넘겼던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달 417.48ppm까지 올랐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당장 나서야 할 우선 과제로 보지 않는다. ‘1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경제성장이 압도적인 비율로 1순위 과제로 꼽혔다. 실업과 저출산고령화, 빈부격차가 뒤를 이었다. 기후변화는 8가지 보기 가운데 뒤에서 두 번째였다. 선택의 폭을 1∼3순위로 넓혀도 순서엔 거의 변화가 없었다. 3년 전 조사와 같은 결과다. 당시에도 1년 과제 우선순위는 경제성장-실업-저출산고령화 등의 순이었고, 기후변화는 남녀·세대 갈등과 함께 맨 후순위에 놓였다.

3년 전과 이번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 남녀 성대결이 깊어지면서 남녀·세대 갈등이 남북관계와 자리바꿈을 했다는 정도다. 19∼29세 응답자들이 택한 1순위 과제에서 실업과 남녀·세대 갈등은 오차범위 안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과제 해결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기후변화의 순위는 상승했다. ‘1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에서 기후변화는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에 이어 3위에 놓였다. 특히 30대와 여성들은 기후변화를 2위로 꼽았다.

30년으로 기간을 더 늘리자 기후변화가 1위까지 올라왔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중장기 과제로 보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에너지다. 국민들은 어떤 에너지원을 선호할까. 에너지원은 하나가 100%의 시장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양자택일하도록 묻지 않고 각각 선호도를 밝히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78.9%가 동의했다. 핵폐기물 문제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42.1%가 동의했다.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에너지원에 대한 답변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 격차가 생각 외로 적다는 점이다.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재생에너지는 지역별로 9.8%포인트, 원전은 10.4%포인트 벌어졌다.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 활동이다’라는 과학적 사실을 놓고도 응답률이 최대 19.4% 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는데, 여기에 비하면 의견 차가 좁다고 볼 수 있다. 각각 진보와 보수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과 부산·울산·경남의 응답은 최대 4.1%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정치권이 ‘보수=원전’, ‘진보=재생에너지’라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기후 유권자’는 있는가

투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 유권자가 후보자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며, 여기에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1위는 후보의 업무 능력(35.4%), 2위는 정당(22.4%), 3위는 공약(20.6%)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준 1순위 공약으로는 경제회복이 2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거·부동산 대책(16.5%), 일자리·고용(12.9%) 순이었다. 공약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응답(12.3%)이 네 번째로 많았고, 기후변화·환경 공약을 1순위로 꼽은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먹고사니즘’이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뜻이다.

1∼3순위로 선택범위를 넓혔을 때도 여전히 경제회복과 주거·부동산, 일자리·고용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단, 앞서 1순위만 집계했을 때는 10위였던 기후변화·환경 공약이 1∼3순위까지 합산했을 땐 7위까지 올라왔다. 30∼40대에서는 5위 외교·대북정책보다 기후공약의 응답률이 더 높았다. 현재로선 주류 의제가 아닌 건 분명하지만, 정책 선거가 이뤄진다면 기후문제가 파고들 틈이 있다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지방선거에서는 경제 공약 쏠림이 더 심했다. 지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균형발전 공약이 60∼70%대로 가장 관심 있는 공약 1∼3순위에 꼽혔고, 이와 큰 격차를 두고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대응, 지역 위상 강화가 하위그룹을 이뤘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 33명(무응답 1명 제외) 중 11명이 현 시·도지사가 밝힌 탄소중립 달성 시점이 ‘늦다’며 대응을 서두를 것처럼 답했지만, 정작 본인 임기 중 정책 우선순위에선 6가지 공약 중 3위에 올리는 데 그쳤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를 여전히 실재하는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기후 문제는 글로벌 이슈라는 생각때문에 지방선거에서는 더 배제되기 쉽다”며 “앞으로 기후는 우리가 먹고사는 일과 기업 활동 즉,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좀 더 확산돼야 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세계일보 ‘기후유권자’ 설문조사는 지난 13∼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녀 각각 517명(51.1%), 495명(48.9%)이다.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진행했다. 표본은 온라인 회원가입과 무작위 전화모집 등의 방법으로 자체 구축한 리서치 패널 중 지난달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별·연령·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맞게 무작위추출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응답률 10.2%)이다. 이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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