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판정 전까지 심장 기능 정지·회복 반복
인하대학교 성폭행·사망 사건의 피해자 20대 여대생 A씨가 건물에서 추락했을 당시 1시간가량 자발적인 호흡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에 이송된 이후에도 A씨의 심장은 최종 사망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기능 정지와 회복을 2시간 넘게 반복했다. 이에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같은 학교 1학년 남학생 B씨가 A씨가 추락 직후 도주하지 않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의 인하대 공과대학 건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B(20)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건물 3층에서 추락했고 같은 날 오전 3시49분 이곳을 지나던 한 행인이 발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A씨는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소방에 공동대응을 알렸고 119구급대가 오전 3시55분 학내에 들어섰다. 소방당국은 119구급대가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다소 약하긴 했지만 A씨가 호흡하고 맥박도 뛰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피해자를 구급차로 이송 중에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호흡과 맥박이 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남동구의 소재 한 종합병원에 도착한 때는 오전 4시15쯤, 외상센터 의료진이 CPR(심폐소생술) 등을 진행하며 수차례 심정지와 회복 상태를 오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에서도 오전 7시쯤을 A씨의 최종 사망 시간으로 기록했다. 병원 측은 “당일 A씨는 머리 부위 심각한 외상으로 응급실이 아닌 외상센터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 구급차 안에서도 심정지가 있어 CPR 등으로 심장 기능을 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오전 7시 전까지 위급한 상황이 거듭 발생해 응급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를 오전 1시30분에서 오전 3시49분 사이로 보고 있다. 오전 1시30분은 B씨가 A씨를 부축해 해당 건물에 들어간 시각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겼다. 따라서 경찰 측은 A씨가 1시간 넘게 혼자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됐다고 추정한다. 당시 어두운 새벽인데다 A씨가 쓰러진 장소도 행인이 많이 다니지 않는 캠퍼스 안이어서 늦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고통과 함께 쓰러져 있었다. 정확한 추락 시각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성폭행한 뒤 고의로 건물 밖으로 떠밀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추가 수사를 통해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남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앞서 B씨는 3층 창문에서 1층으로 A씨가 추락하자 그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또 경찰은 사건 발생 현장인 해당 단과대학에서 확보한 B씨의 휴대전화를 분석 중이며 불법 촬영을 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살펴보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22일)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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