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간고했던 방역전쟁이 바야흐로 종식되고 오늘 우리는 마침내 승리를 선포하게 되였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며 코로나19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200자 원고지 83매(1만6561자)에 달하는 ‘중요연설’을 통해 “우리가 이룩한 값비싼 승리는 당 방역정책의 승리이고 국가의 위기대처전략의 승리”라며 “우리 인민 특유의 강인성과 일심단결의 승리이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월성이 안아온 위대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쟁과 전염병, 자연재해를 지도자가 ‘국가존립과 발전, 인민의 안녕’을 위해 반드시 책임적으로 대처해야 할 3대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번 최대비상방역전에서의 성과와 승리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세계적인 보건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장벽을 철통같이 견지하고 방역사업을 강도 높이 진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화회의는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며 친오빠의 리더십과 애민정신을 찬양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김 위원장을 ‘방역대전의 총사령관’으로 지칭하며 “사태 발생 초기부터 위험성을 환히 꿰뚫어 보시고 선제적이며 결단성 있는 특대 조치를 제시하시었다”고 한껏 추어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번 총화회의 기조는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통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한편 장기간 통제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원으로 한국을 지목한 만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나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12일 이슈브리프 ‘김정은의 코로나19 방역전 승리 선포: 의미와 시사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김정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 게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교 실패와 경제난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북한은 ‘하노이 노딜’(2019년)이라는 외교적 실패를 겪었고, 이후 ‘정면 돌파전’으로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국경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외교·경제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지 못했다. 김정은 리더십이 크게 위협 받는 상황에서 ‘외부 지원 없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는 모습을 통해 영도자로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 이를 집권 10년의 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게 김 연구원 분석이다.
또 북한의 이번 코로나19 종식선언은 장기간 계속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국경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북한이 확진자 발생으로 중단했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과 항공기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섣부른 종식선언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은 이번 확진자 발생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향후 대남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이번 총화회의에서 “이 나라 수백만 부모들에게 끝끝내 불안과 고통을 들씌운 주범이 바로 남쪽에 사는 귀축(鬼畜·귀신과 짐승)같은 너절한 것들”이라며 “우리는 비루스(바이러스)는 물론 남조선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연구원은 김여정이 윤석열정부를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새로운 대남관계 설정에서의 기선 제압 목적과 함께 도발의 명분 쌓기 및 새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압박 등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김여정이 강력한 보복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상황에서 8월 22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연습 또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계기로 무력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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