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대상 기업의 자료제출 등과 관 련해 이의제기 절차를 새롭게 만들고, 조사 대상과 범위도 조사 시작 때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로 했다. 또 카셰어링(차량공유) 편도 요금이 낮아질 수 있도록 영업구역 제한을 완화하는 등 시장 혁신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등 금리 인상의 여파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52%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정거래법 집행 혁신 방안’ 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번 보고는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낙마 이후 새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차관급인 윤 부위원장이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 있어 법 적용 기준과 조사·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사건을 처리할 때 증거자료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신속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이의제기 절차 신설… 기업 방어권 보장
업무보고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그간 공정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사건을 조사하고,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대상 기업 등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조사를 시작할 때 피조사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한다. 또 조사과정 중에도 자료 제출 등과 관련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한다. 제출된 자료 중 일부가 조사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 이의제기를 통해 해당 자료를 증거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공정위 행정제제 이후 수개월이 지나 의무고발이 요청돼 기업이 “이중규제를 겪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의무고발 요청기한 등을 명확히 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또 처벌보다는 빠른 피해구제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가맹·대리점 관련 단순 질서위반 행위는 지자체로 이양하고, 민간의 자율적 분쟁해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송상민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사적 분쟁 성격의 사건에서 조사 대상 기업이 자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경우 과징금 감면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공시제도도 정비된다. 그룹·대규모 내부거래·비상장사 공시 등 각종 공시 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줄이고, 공시주기도 시급성을 판단해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사모펀드(PEF) 설립 등 경쟁제한 우려가 작은 인수합병에 대한 신고면제, 신속심사도 확대키로 했다.
◆카셰어링 영업구역 제한 등 경쟁 막는 규제 완화
공정위는 아울러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도 걷어내기로 했다.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의 기조에 맞춰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해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카셰어링 사업자에 대한 영업구역 제한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 현재 정부는 전국적으로 영업소를 운영하더라도 하나의 영업소에 등록된 차량으로는 다른 영업소 구역에서 영업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카셰어링 업체에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서울에서 차량을 빌려 부산에 반납할 경우, 소비자는 편도 이용 수수료를 내야 한다. 부산에서 반납한 차를 다른 소비자가 대여해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 업체가 직접 차량을 서울에 갖다놔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카셰어링 업체의 영업구역 제한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경기도 등 공공기관의 단체급식 입찰에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식사 수량 등 입찰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다.
◆코픽스 0.52%P 급등… 증가폭 역대 최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사이 0.52%포인트 급등했다. 코픽스가 1년 전보다 3배 이상 뛰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2.38%)보다 0.52%포인트 높은 2.90%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3월(2.9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은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12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달 기록(0.40%포인트)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운 셈이다. 지난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0.95%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넘게 올랐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1.83%에서 2.05%로 0.22%포인트 올랐고, 신(新)잔액기준 코픽스도 1.62%로 0.20%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 변동금리 주담대 상단은 6%대로 올라서게 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3.92∼5.32%에서 4.44∼5.84%로,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3.68∼5.32%에서 3.82∼5.52%로 높아진다.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도 4.01∼5.01%에서 4.53∼5.53%로 상향조정되고,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범위 역시 4.79∼5.59%에서 5.31∼6.11%로 상·하단이 0.52%포인트씩 인상된다.
코픽스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수신상품 금리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IBK기업·국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지난달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잔액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한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에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 매도, 표지어음 매출, 금융채(후순위채·전환사채 제외) 수신상품의 금리가 반영된다.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여기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과 결제성 자금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종부세 1주택 특례, 이번 국회 처리 안되면 시장혼란 우려
일시적 2주택·상속주택·지방 저가주택에 대한종합부동산세(종부세) 주택 수 제외 특례, 1주택자 종부세 14억원 공제 관련 법안이 이번 주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 오는 20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해당 법안이 처리돼야 특례 신청 등 관련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1가구 1주택자가 저가의 상속주택이나 지방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거나 이사 등의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올해 종부세 부과 때부터 1주택자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에 한정해 1가구 1주택자에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공제 금액을 기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런 방침은 종부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법안 처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세청은 ‘이달 20일’을 종부세 특례와 1주택자 특별공제 원활한 적용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종부세 특례를 적용받으려는 납세자는 9월16일부터 30일까지 국세청에 과세특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은 종부세 특례 신청기간 전 적용 대상자를 추리는 등 각종 실무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일까지는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달 1일 국회에서 종부세 특례, 특별공제 적용과 관련해 “이달 20일까지는 (국회 의결이) 되면 원활하게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과세특례 신고서 양식 등을 규정할 시행규칙을 개정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도 국세청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국회에 제출된 종부세 특례 중에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과세특례’도 포함돼 있다. 이는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가 1가구 1주택 단독명의자와 같은 방식으로 종부세를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부부 공동명의자는 각자 6억원씩 총 12억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고, 1주택 단독명의자는 11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일시적 2주택 등 신규 특례뿐 아니라 특별공제 법안 역시 특례 신청 기간 전 처리돼야 부부 공동명의자들이 세 부담을 비교해 납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종부세 특례를 9월에 신청하지 않고, 고지서 발송 후 신고·납부 기간인 12월 1∼15일 자진신고 때 특례를 반영해 수정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개별 납세자의 신고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민원 폭증으로 행정력 낭비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 “공매도 몰린 기관·증권사 실태점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주식 하락 국면에 공매도가 집중됐던 기관과 증권사에 대한 실태 점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실태 점검 및 검사 방안을 지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매도 집중 기관 등에 대해) 제재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결국은 점검을 통해서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검사까지 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가 왜 특정 증권사 보유 주식 또는 특정 창구를 통해 이렇게 주문이 몰리는지, 이런 쏠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또 “단순 무차입 공매도는 법 위반이다. 불법 공매도 건에 대해 거래소에서 이미 수십 건 이상을 이첩했는데, 이미 쌓여 있는 건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를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이라도 해야 되기 때문에 검찰과도 협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횡령 사건 등과 관련해 “제재의 범위라든가 대상에 대해서는 정해진 건 없다”며 “내부 통제와 관련해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과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지우는 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실효적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 등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전혀 안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고의 금융기관 운영 책임자에게 바로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회장이 차명 투자 의혹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해 “자산운용사 전반에 대한 검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조사 가능성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하는 기관으로, 검사의 중점은 금융기관 운영상의 적정성, 피해자 보호의 적정성 측면을 보는 것”이라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검찰과 협조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는 마음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시스템 운영상 당연히 점검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번 챙겨볼 생각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8조5000억원대의 이상 외환 거래 사건과 관련해서는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신한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금융사가 있다면 검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제재나 징계는) 누가 보더라도 이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 되지 않는 한 가급적 과도한 책임 추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반론적인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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