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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기술의 집약체… 친절한 ‘고지도 설명서’

입력 : 2022-08-27 01:00:00 수정 : 2022-08-26 18: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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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경 ‘바빌로니아 지도’ 부터
중세 기독교 중심 세계 설명한 ‘마파문디’
유럽에 조선 알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
1800년대 영국 휩쓴 콜레라 지도 등 통해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과 세계관 풀어내
프톨레마이오스의 제2도법(경선과 위선을 곡선으로 그리는 것)에 따른 세계지도. 당시 프톨레마이오스가 잘 알고 있었던 유럽과 지중해 일대,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 지역은 자세히 그려졌지만 잘 알지 못했던 인도와 동남아시아 일대는 부정확하게 그려져 있다. 지도 가장자리에 그려진 얼굴은 바람의 신들이다. 당시 사람들은 바람의 신이 계속 바람을 불어야만 지구가 떠 있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위키피디아

지도 위의 세계사/김종근/ EBS BOOKS/ 1만7500원

 

#현존하는 최초 세계지도는 기원전 6세기경 점토판에 새겨진 고대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다. 1881년 이라크 남부 아부하바에서 이라크 출신 고고학자 호르무즈 라삼(1826∼1910)이 발굴했다. 라삼이 애초 구약성서 중 노아의 홍수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으려다 발견한 이 지도는 크기(가로 8.2㎝, 세로 12.2㎝)가 작고 쐐기문자 형태로 기록됐다. 지도와 문장에 새겨진 내용이 훼손돼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묘사하기 위해 지구 표면에 존재한 도시나 지역 등을 원이나 삼각형, 점, 글자로 표현한 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우리나라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1821∼1846)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던 지난해 그를 ‘2021년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특히 김대건 신부의 여러 공로 중 ‘조선전도’를 제작해 유럽 사회에 알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이 지도(가로 64㎝, 세로 117㎝)에는 한반도 전역과 주변 지역이 그려져 있다. 주요 지리 정보는 해안선, 하천, 섬, 도 경계선, 국경선, 수도, 군현 등이고 지명은 400여 개가 표시됐다. 특히 서울이 ‘Seoul’이란 로마자로 처음 표기된 데다, 한글 발음 방식으로 지명이 기재됐고 ‘독도’의 옛 이름 ‘우산도’가 쓰여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김대건 신부는 무슨 목적으로 조선전도를 작성했을까.
김종근/ EBS BOOKS/ 1만7500원


고지도(古地圖)는 오랜 옛날 인류 기술의 집약체로 불린다. 고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지도에 기재된 내용뿐 아니라 당시 지도 제작자와 제작 목적 및 기술, 시대적 상황, 지도에 담긴 세계관 등을 잘 알아야 한다.

책은 세계지도 역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10장의 고지도를 통해 오래된 지도 한장에 담긴 의미와 역사뿐 아니라 고지도 읽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지리학 박사인 저자가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학술 정보를 바탕으로 흥미롭고 다양한 예시를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한다. 제1장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부터 9장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이어 1800년대 영국을 휩쓴 무서운 전염병 대응 이야기를 다룬 10장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까지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지배하는 신 제우스에게 대항했다가 패한 뒤 하늘을 짊어지는 벌을 받게 된 신 ‘아틀라스(Atlas)’가 언제부터, 왜 지도책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는지 등 고지도를 둘러싼 이야기보따리를 다채롭게 풀어 놓는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천문·지리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83∼168)가 집필한 ‘지리학’ 8권에는 구체인 지구를 평면에 나타내는 2개의 도법이 등장한다. 제1도법은 경선을 직선으로 그린 것이고, 제2도법은 경선과 위선을 곡선으로 그린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중 지구 형태를 잘 나타내면서 정확한 비율을 맞출 수 있는 제2도법이 더 우수하다고 자평했다. 이 도법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해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릴 수 있었기에 당시에는 혁신적인 지도 제작법이었다. 이처럼 프톨레마이오스가 과학적으로 지도를 작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무질서한 세계에 기하학적 질서를 부여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만, 제2도법으로 그린 지도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13세기에 들어서였다고.

중세 유럽은 기독교 중심 세상이었고, 그전까지 융성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과학·철학은 상대적으로 ‘암흑기’였는데 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해 등 특수한 목적 외에는 지도 자체가 희귀했고, 일상생활에서 지도를 보기가 어려웠다. 당시 교회 성직자들이나 그들의 주문에 따라 제작된 ‘마파문디(Mappa Mundi·세계지도)’도 지리적이기보다 기독교적인 것이었다. 라틴어 ‘마파(식탁보, 테이블 냅킨)’와 ‘문디(세계)’를 합친 마파문디는 서유럽 라틴어권 국가에서 중세 기독교 세계를 설명하는 그림과 지도를 가리켰다. 이 때문에 천지창조와 예수 재림, 최후의 심판에 이르는 과정, 신적 질서와 설계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성서의 내용이 지도에 그대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1100여개가 전해지며 그중 가장 큰 지도인 영국 ‘헤리퍼드 마파문디’가 유명하다. 이 지도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지대 소도시 헤리퍼드 대성당에서 1986년 발견됐다. 중세에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 유일하게 완벽한 상태인 데다 지리는 물론 중세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인류·민족·종교학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선정됐다.

동아시아 등 한자 문화권 국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처음 지도상에 등장한 지도로 유력한 건 12세기에 작성된 이른바 ‘루지에로의 책’에 실린 세계지도인데, ‘신라’ 섬들이 그려져 있다.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로, 혼일강리는 ‘통일된 영토’나 ‘세계 영토’, 역대국도는 ‘과거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다. 사진은 일본 류코쿠대 소장 사본 필사 지도.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우리나라에서 그린 세계지도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 1402년(태종 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다. 고려를 뒤엎고 개국한 조선이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만든 이 지도는 당시 동서양에서 제작된 지도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나라·명나라·조선·일본 등의 지리정보를 통합해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넘어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유럽 등 구대륙에 해당하는 모든 지역이 망라돼 있다. 안타깝게도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1480∼1534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평가된 일본 류코쿠대 소장 지도 등 사본 4장이 모두 일본에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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