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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수칼럼] 인플레이션 정점이후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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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8 23:45:01 수정 : 2022-08-29 09: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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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고→임금상승→인플레 악순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중요
노동시장 개혁·재정 관리도 절실
정부·한은 정책공조 더 확대돼야

“인플레이션 정점(頂点)은 10월 전후가 될 거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예상이다. 인플레이션 종류는 두 개다. ①제한된 폼목의 가격이 수급 사정에 따라 오르내리는 경우다.

원유·원자재·농산품 가격은 수시로 출렁거린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폭등하던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맞대응하지 않는다. ②다음은 내려가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경우다. 통화당국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부분이다. 노동가격(임금)이 한 예다. 임금은 자주 안 변한다.

강태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일 년에 한 번 조정된다. 사회구성원들이 물가가 오를 걸로 ‘기대’하면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핀 물가 불씨가 최근 임금 인플레이션으로 옮겨붙었다.

주요 IT 기업들은 10%대 임금 상승을 수용하고 있다. 기업은 비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한다. ‘물가→임금→물가’ 악순환 고리 작동이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발(發) 물가 상승’(wage-push inflation)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하게 똬리를 틀면 이걸 되돌리는 데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폴 볼커 미 연준 의장 사례가 교과서다.

1980년 13.5% 인플레이션을 1983년 3.2%까지 떨어뜨렸다. 수단은 혹독한 기준금리 인상이다. 볼커 의장 취임일인 1979년 8월6일 기준금리는 10%였다. 이를 1981년 20%까지 단숨에 올렸다.

덕분에(?) 성장률은 1978년 5.5%에서 1982년 -2.0%로 곤두박질쳤다. 금리 인상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볼커 의장은 권총을 차고 다녔다.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는 목숨을 건 과제인 것이다.

볼커 의장의 교훈은 두 개다. 첫째,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가 통화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이유도 결국 기대인플레이션을 ‘붙잡아 매기’(anchoring) 위함이다. 8월26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 핵심 메시지다.

둘째, 물가 안정이 채 안 됐는데 경기 걱정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건 어설픈 패착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올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7월 한은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배경이다.

다만 한은의 빅스텝 지속은 리스크가 따른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파급효과가 5~6분기 후에 나타난다. 1년 후 경기가 불황이면 지금 올리는 금리는 독약인 거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2.1%)이 금년(2.6%)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 1860조원 가계부채도 빅스텝 밟기에 큰 부담이다. 고환율에 대응해야 함에도 금통위가 8월25일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까닭일 거다.

마침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3%로 7월(4.7%)을 고비로 꺾이는 모습이다. 갈수록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이 감소하는 중이다: 석유류 제품(68%→47%), 공공요금(48.5→45.6%). 이 항목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차제에 3년, 5년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서베이 결과도 공표할 필요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통화정책만으론 힘에 부친다.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 관건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초당적·초정파적 해결 과제다. 강력한 재정준칙을 확립해 나랏빚을 관리하는 것도 기대인플레이션 억제에 중요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이름값 못 한다고 혹평받는다. 법안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정적자를 10년간 3000억달러 줄인다는 감축 의지다. 한은이 금리를 올려도 재정이 적자를 내면 물가안정은 도로 아미타불이다. 인플레이션 그래프가 꼭짓점을 지나도 정부와 한은 간 정책 공조는 더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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